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http://blog.joins.com/yang412/12623266>에서 철없는 젊음이 저지른 잘못을 기억의 심연보다 더 깊은 곳에 숨겼던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던 줄리언 반스입니다. 이 책을 읽고서 저는 ‘기억능력이 신이 인간에 내린 선물이라고 한다면, 그 기억을 잊을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을 덤으로 주신 것은 기억할 수 있는 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프리미엄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작가 줄리언 반스는 정작 자신은 죽은 아내의 기억에 매몰되어 스스로의 삶을 구속하키고 있는 것을 보면, 신이 내려준 선물에 프리미엄을 얹어 받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는 신작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 아내의 죽음을 붙들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를 꼽을 것입니다. 그녀는 <인생수업; http://blog.joins.com/yang412/9228751>에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긴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하여 담았다고 한다면, <상실수업: http://blog.joins.com/yang412/9264552>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당신이 남겨진 이유를 아는가?라는 질문에 로스는 대답은 당신들은 ’살기 위해‘ 남겨졌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읽었을 때는 세상에 살아남을 자신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살다보면 살아지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꼭 같은 것은 아닙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적에 장례를 주관해주시던 스님께서는 고인을 추모하되 지나치게 슬퍼하지 마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이 지나치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돌아가신 분이 가셔야 할 곳으로 떠나지 못하고 붙들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영원한 안식을 취해야 할 영혼이 이승에 남겨진 사람을 걱정하느라 쉴 수 없게 되는 불행한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을 위로하는데 아주 서툴거나 상투적이어서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반스의 경우 가까운 사람들의 위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반스의 아내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아내의 죽음에 무능력하기만 했던 자신을 쉽게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더욱 친지들의 위로에 민감했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죽은 후, 그녀의 실명을 언급하기를 꺼리고, 비탄의 감정을 극복하길 은연중에 강요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에 대한 분노, ‘내세의 재회’라는 종교적 환몽에도 기대지 못한 무신론자의 황량한 현실 등을 고통스럽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새로운 삶의 패턴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죽었으나 지속되는 아내와 다시 살아가는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죽은 아내에게 말을 걸고 죽은 아내를 꿈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자신의 해법을 죽은 아내를 찾아 지옥까지 들어갔던 오르페우스와 비유하고 있습니다. 비유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그는 19세기말 한창 유행했던 열기구에 미쳤던 사람들을 끌어왔습니다. 열기구를 타고 비상하여 지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나다르를 비롯하여 열기구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첫 번째 에피소드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비상의 죄’입니다. 그때까지 새들과 신의 영역이었던 하늘로 날아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역시 열기구를 사랑했던 버나비와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라는 실존인물을 엮어 열기구와 사랑이라는 동행할 수 없는 운명을 하나로 묶어내려다 실패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는 슬픔 이야기는 사랑하는 아내가 떨어져 있는 지옥으로 아내를 구하러 가는 오르페우스에 자신을 비유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작가가 하늘과 지상 그리고 지하로 나누어 배치한 사랑의 구조가 실감나지 않았던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망각이라는 프리미엄에 눈을 돌릴 줄 모르는 주인공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바로 퀴블러 로스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