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노프스키의 문화인류학 살림지식총서 141
김용환 지음 / 살림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엮었다는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http://blog.joins.com/yang412/10226622>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문화인류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이렇게 적은 기억이 있습니다.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집단이나 민족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목적을 둔 문화인류학적 관념이 빠르게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최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사는 형편이 우리나라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문화인류학을 공부할 기회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http://blog.joins.com/yang412/13245374>를 읽게 된 것도 이 책에 담긴 문화인류학적 관점보다는 프랑스에서 브라질에 이르는 그의 여정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용환교수님의 <말리노프스키의 문화인류학>을 읽게 된 것은 정말 문화인류학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말리노프스키(1884~1942)는 폴란드 출신의 인류학자로서, 20세기 전반기 영국의 사회인류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독보적인 업적 - 기능주의의 시각을 도입하여 다양한 사회 제도와 문화 부문을 다룬 독창적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특히 민족지 조사방식에 새로운 초석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말리노프스키의 업적을 두루 살펴, 그가 영국 사회인류학 형성에 기여한 바를 평가하고, 당시 인류학자들에 의해 비판받았던 점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필독도서목록의 맨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우연히 읽었던 것이 말리노프스키가 인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런던대학에서 웨스터마크를 사사한 말리노프스키는 현지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조사를 수행하는 새로운 연구방식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인류학 연구는 주로 여행가나 탐험가, 식민 행정가나 군인, 교역자 그리고 선교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체계적이지 못하고 오류도 많았다고 합니다. 말리노프스키는 1914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를 경유하여 뉴기니 지역으로 조사를 시작하여 1918년 10월까지 현지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는 분명 다른 방식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말리노프스키는 탁월한 언어적 능력을 발휘하여 조사 후반기에는 원주민 언어를 구사하면서 조사를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1922년에는 <서태평양의 항해사들>이라는 600여 쪽에 달하는 민족지를, 1929년에는 530여 쪽에 달하는 <북서 멜라네시아 야만인의 성 생활>을, 19335년에는 상하 두 권으로 된 900여 쪽에 달하는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는 저술을 통하여 기능주의적 관점을 토대로 하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담았는데, 그는 “인류학적 사실(혹은 문화요소)들이 각기 고유한 기능, 즉 그것들이 문화의 통합적 체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나름대로 갖고 있다고 보았다.(14쪽)”라는 것입니다. 그가 많은 관심을 두었던 트로브리안드 사회는 독특한 형태의 모계중심사회였는데, 이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쓴 논문, <야만사회에서의 성과의 억압>은 문화와 본능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프로이트가 주장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에 관한 정신분석학 이론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가 보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가부장제 사회에는 부합될지 몰라도 인류 문화에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었고, 결국 문화의 발생에 선행해서 그 절대적 기원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말리노프스키의 연구인생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 것은 실용주의적으로 해석한 인류학이라고 할 응용인류학의 기치를 내걸고 아프리카 토착 사회의 문화변동이라는 새로운 조사를 시작하면서라고 합니다. 즉 인류학이 문화 변동 사항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식민 통치 및 행정이 보다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자문할 수 있는 실용과학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외적으로 주언 유럽 식민 통치라는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일어난 상황적 변이만을 조사하는 특수한 연구 틀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리노프스키가 처음 시작한 민족지 조사방식은 분명 문화인류학이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한 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말리노프스키의 연구업적을 섭렵하고 분석하여 부각시킬 것은 부각시키면서 비판할 것은 예리하게 비판하는 중립적 시각에서의 기술이 돋보이는 점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