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 건축의 누드 작가 살림지식총서 131
임채진 지음 / 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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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http://blog.joins.com/yang412/13384160>가 자전적 요소가 강한 내용이었다고 하면, 임채진교수의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전공하신 타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안도 다다오에 대한 평가라고 하겠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안도의 어린 시절의 모습 가운데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주물공장에서 직접 목형을 만들기도 하고 쇠를 녹여 붓거나 유리를 불어보기도 하면서 특에 박힌 생각이 아닌 원리적인 데까지 발상할 수 있게 되었다.(5쪽)”는 구절을 읽으면서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구리 세공업을 하는 장인집안에서 태어난 가우디가 아버지를 도와 구리세공작업을 배우게 된 것이 그의 건축에 크게 기여했던 것처럼 안도 역시 현장에서 익힌 예술적인 느낌을 건축으로 승화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던가 봅니다. 가우디와 안도의 차이라고 하면 그래도 가우디는 학교에서 건축을 배웠지만, 안도는 오로지 독학으로 건축을 배웠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읽어가다 보면 가우디와 안도는 닮은 점도 많지만 분명한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두 사람은 경험에 바탕한 건축을 한다는 점이나 자연친화적 건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안도의 건축작품들에서는 물, 바람, 빛, 소리와 같은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빛의 교회>의 본당에 들어서면 콘크리트를 관통하여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십자가의 모습과 그 빛이 단상 위의 성경을 비추도록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가우디와 마찬가지로 안도 역시 언제나 주어진 장소의 입지를 최대한으로 살려 건물을 설계하는데, 대지에 관여하고 있는 힘과의 교감을 생각할 뿐만아니라 나아가 그 지방의 지역성과 인간 존재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까지도 고려한다고 합니다.

 

가우디의 건축이 자연에서 차용한 선을 적용한 것과는 달리 안도의 경우는 엄격한 기하학 형식에 따라 구성되고 있는 점도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도에게 있어서 자연은 본연의 모습보다는 ‘텅 빔’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안도의 모든 주택 작품에는 아무리 작은 주택이라 할지라도 중정(中庭)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정은 자연의 환유물이며, 바람, 비, 눈, 그리고 ‘윤곽 속의 하늘’과 같은 형태 속에서 자극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건축철학은 가우디와는 다른 무엇인 것 같습니다.

 

<바람의 교회>라는 이름의 록고 산 정상 근처의 오리엔탈 호텔 내에 있는 안도의 작품을 읽으면서 일본의 결혼문화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대부분의 결혼식은 가족 단위로 신사에서 전통적으로 치른 다음에, 다시 몇몇 절친한 친지 및 친구들이 동석한 가운데 교회에서 치르게 된다고 합니다. 이 결혼식은 화려한 만찬으로 이어지는데, 일반적인 친구들은 이 만찬에 초대되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이 만찬의 연회비용에 상응하는 축의금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예배당을 만날 수 있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일본사람들의 종교관이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결혼 당사자들의 종교에 따라서 결혼식을 치르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은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결혼식을 교회에서 치르기도 하나 봅니다.

 

대체적으로 건축은 대지가 결정된 다음에 설계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안도의 경우는 나라현에 있는 고조박물관의 경우처럼 건축기획에 따라서 대지를 선정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공사가 까다로운 언덕 위의 대지를 선정한 이유는 독특한 대지 위에 상징적인 건축물을 세움으로써 주민들에게 훨씬 큰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도는 일본의 전통건축을 국제적인 언어로 만드는 선도적 역할을 한 건축가로 꼽힌다고 합니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가 21세기에 걸맞는 독신자 집의 설계를 프랭크 게리에게 맞긴 것처럼 플레이보이 일본판에서는 안도 다다오에게 같은 제안을 했을 때 선뜻 수락할 정도로 대중과의 호흡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점입니다. 안도의 건축물에서는 일본의 전통건축이 담겨 있는데, 우리의 전통모습을 담은 건축을 세계인들이 주목하게 만들 그런 건축가는 언제쯤 나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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