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살림지식총서 118
김헌 지음 / 살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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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http://blog.joins.com/yang412/13243912>을 읽고서 시의 기원(起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빠트릴 정도로 비극에 무게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는 사람의 본성에 뿌리박은 두 가지 원인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은 어릴 적부터 모방적 행동성향을 타고난다. 사람은 극히 모방적이며 모방을 통하여 그의 지식의 첫걸음을 내딛는다느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둘째, 모든 사람이 모방적 사물에서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 시학 22쪽, 문학과 지성사, 2005년)”

 

고대 그리스 신화는 시인들의 작품을 통하여 전해왔는데, 아직까지도 산발적으로 읽고 있어 전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김헌교수님의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을 읽게 된 것도 그리스 시인들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파르메니데스, 아르킬로코스, 사포, 핀다로스 등 여섯 시인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리스 비극을 읽으면서 신의 횡포(?)에 대한 불만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이 책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그리스의 시인들은 한 마디로 말한다면 신에 대한 두려움에 짓눌려 있다기보다는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3쪽)”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이런 견해는 그리스의 신은 종교적 절대자로서의 신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능력 안에 포착되지 않는 신비한 현상을 설명하려는 인식론적인, 다시 말하면 형이상학적인 술어로 여겼던 것으로 본다는 설명입니다.

 

저자는 연대순에 따라 인용한 여섯 시인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하였습니다. 화려한 영웅들의 시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엮어놓은 호메로스(기원전 8세기 초), 정의와 질서를 갈구하며 신들과 인간의 역사를 상상력으로 구성했던 헤시오도스(기원전 8세기 무렵), 존재의 비밀을 웅장한 영웅시의 운율에 담은 철학자 파르메니데스(기원전 6세기)에 이르기까지 신비롭고 장엄한 서사시의 전통이 이어졌다면, 자신을 시 안에 드러내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고 했던 아르킬로코스(기원전 7세기)와 사랑의 감정과 사건을 솔직하고 감미로운 언어 안에 담아 읊던 사포(기원전 7세기)의 서정시의 시대로 이어졌으며, 마지막으로 전설과 신화 속에 동시대의 살아있는 영웅을 그려내어 죽음으로 한계 지워진 인간을 영원의 지속 안에 남기려 했던 핀다로스(기원전 6세기)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구전으로 이어지던 그리스의 신화, 전설은 기원전 8세기 초 즈음에 문자로 기록되었으리라 추정되는데, 글을 이용해서 이 전설을 웅장한 서사시로 만든 사람을 흔히 눈이 멀어 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호메로스라고 합니다. 호메로스도 그렇지만 헤시오도스 역시 뮤즈 여신에게 전설을 이야기 해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첫머리를 보면,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 파괴적인 분노를……”라고 시작하는 것처럼 <오뒷세이아> 역시 “그 사나이를 나에게 말해주소서, 뮤즈여, 재주 많던 그 사나이를 ……”라고 시작합니다. 헤시오도스 역시 <일과 날>의 첫머리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뮤즈 여신들이여, 피에리에로부터 노래로 영광을 드러내는 여신들이여, / 오셔서 제우스를 말씀하소서, 당신들의 아버지를 찬양하면서……” 왜 뮤즈인가? 앞서 말씀드렸던 신화와 전설의 시원을 따라 아버지의 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종국에는 뮤즈여신들에 이르게 되는데, 후대 로마인들은 아홉 뮤즈들에게 음악과 시가, 학문의 여러 장르를 맡긴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홉 뮤즈들은 신들의 왕 제우스와 기억을 관장하는 신 므네모쉬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여섯 시인들의 뒤를 이어 등장하는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유리피데스 등 비극작가들과,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 등의 희극작가들의 작품에 그리스 시의 맥이 이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서사시로부터는 줄거리의 구조와 전통을 받아들였고, 서정시로부터는 음악적인 다양성과 운율을 계승하여 종합화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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