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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 세상의 이치를 담은
변원종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세월호 조난사고의 실종자를 찾는 작업이 한계에 이르면서 사고원인을 찾는 조사작업에 관심이 옮겨지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모든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었던 인재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윤찬원교수님의 <한비자, 바른 법치의 시작; http://blog.joins.com/yang412/13373971>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입니다. 인간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도의 실현’으로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상주의적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만, 그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현실적으로는 엄정한 법치가 필연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윤교수님은 <한비자>에서 얻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서 한비자의 내용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고른 ‘세상의 이치를 담은’이라는 부제가 달린 변원종교수님의 <한비자>입니다.
저자는 거울을 매개로 하여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도(道)를 기준으로 자기를 바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삶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주인의식을 한비자의 사상을 통해서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적었습니다.
모두 25꼭지의 글은 대부분 한비자에 담긴 글을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모두에 있는 ‘법가를 집대성한 한비자’와 ‘천하통일에 기여한 한비자’, 그리고 마지막에 둔 ‘한비자가 남긴 역사적 의의’ 등은 한비자의 철학이 성립하게 된 배경과 그 철학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있기도 합니다. 윤찬원교수님의 책에서도 짚었습니다만, 한비자는 제자백가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성이 강한 이론을 주장함으로써 진 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가와 묵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옛 성인의 말씀을 따르는 것은 이상적일 수 있겠지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적용이 어렵다는 제한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한비자가 법치를 내세우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한비자는 이렇게 인간의 본성이 각자 자신을 위하는 이기적인 계산 때문에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사회는 저마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무질서로 혼란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61쪽)” 중요한 것은 법을 집행하는 자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단서입니다. “집에 일정한 생업이 있으면 기근이 들어도 굶주리지 않으며, 나라에 일정한 법이 있으면 비록 위태로울지라도 망하지 않는다.(86쪽)”라는 옛말을 인용하면서, 그 일정한 법을 이렇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군주가 일정하게 정해진 법률을 버리고 사사로운 견해를 따른다면 신하는 지혜와 능력을 꾸밀 것이며, 신하가 지혜와 능력을 꾸미면 법률과 금령은 확립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취하면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방법은 사라질 것이다.(87쪽)” 엄한 규정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세월호 전복사고 같은 인재는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한비자가 활동하던 시절은 군웅이 할거하던 전국시대였던 만큼 그가 제시하는 법치라는 것이 사실은 군주를 위한 통치철학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즉 <한비자>는 ‘군주가 지켜야 할 엄격한 준칙’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비자>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비자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 사회를 다스리는 법치를 내세우면서도 또한 ‘통치술’이라고하는 일 종의 술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군주가 술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쓰면 대신들은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할 것이며, 가까이 있는 신하들도 감히 방자하게 세도를 부리지 못할 것(257쪽)‘이라고 하여, 혼란한 시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왕의 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법․술․세에 의한 통치방법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비자를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일컫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한비자>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을 만나게 되는데, 원전없이 우리말 번역만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전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