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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 - 최고의 국가건설을 위한 현실주의 ㅣ 살림지식총서 456
신창호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평점 :
관자(管子)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중(管仲)을 말합니다. 이름은 이오(夷吳)이며 춘추시대에 지금의 안휘성 북부지역인 영상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주나라 장왕(壯王) 12년부터 제환공의 재상으로 활약하다가 주나라 양왕(襄王) 7년에 죽었다고 하여 기원전 725년에서 기원전 645년경까지 생존한 인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자나 노자보다도 100년을 앞섰으니,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한 제자백가들의 선두주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는 주나라가 중심이 되던 봉건체계가 무너지며 춘추시대, 즉 난세가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제나라환공은 주나라 천자를 대신하여 제후국들을 통제하던 패업을 이루게 되니 춘추5패의 선두주자가 됩니다. 제나라는 지금의 산동반도에 위치하여 중원과의 거리가 멀고 강대국들과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관중은 부국강병을 꾀하면서도 도덕적 교화를 통한 법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덕과 법을 병행하는 덕치를 펼치도록 이끌었다고 합니다. 관중은 늘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 ‘국민을 존중하라’라는 존민(尊民), ‘국민을 따르라’라는 순민(順民), ‘국민을 두려워하라’라는 외면(畏民), ‘국민을 활용하라’라는 용민(用民)을 핵심 주장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토지를 경제적 측면에서 명확하게 파악하려 노력하였다고 하는데, 요즈음 말로 하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이루고 복지를 챙기는 실물경제에 정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관중을 사상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테크노크라트, 즉 기술관료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그의 저술은 후대에 정리된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만, 정치, 경제, 법률, 군사, 철학, 교육, 자연과학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선현의 고사를 두루 섭렵하여 인문학적 조예가 깊어 당시의 시대상황에 맞는 정책의 도출이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서도 관자가 백성에 대하여 잘 파악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저자는 『관자』의 「목민」편에서 언급하고 있는 국민의 네 가지 욕망을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첫째는 편하게 즐기는 삶인 안락(安樂), 둘째는 부유하고 귀하게 사는 부귀(富貴), 셋째는 인간의 존재 자체가 안락하기를 바라는 존안(存案) 그리고 넷째는 삶의 건전한 성숙을 추구하는 생육(生育)입니다.(22쪽)” 그리고 네 가지 증오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근심과 피곤을 상징하는 우로(憂勞), 가난과 천대를 의미하는 빈천(貧賤), 위험과 추락을 말하는 위추(危墜), 제거되거나 끊어지는 삶인 멸절(滅絶)”입니다. 늘 백성을 염두에 두었던 관자의 현실정치감각은 오늘날에도 틀림없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자』의 「입정구패해(立政九敗解」편에서 설명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실패하는 원인 아홉 가지는 정치에 꿈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1. 국가의 안보를 소홀히 한다, 2.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3. 보신주의, 그리고 사치와 방종을 일삼는다, 4. 지나치게 개인적 의견을 내세운다, 5. 부당한 거래를 한다, 6. 패거리를 만들어 어울린다, 7. 지나친 음주가무를 즐긴다, 8. 인사청탁과 뇌물을 받는다, 9. 아첨을 묵인한다.(32~39쪽)”
관중에 대하여 공자는 엇갈리는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위엄과 힘을 쓰지 않고도 많은 국민을 먹여 살리고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여 은택을 베푼 공적은 어진 사람에 버금간다 하겠으나, 춘추시대에 부국강병의 패도를 이루기는 했지만 유가가 추구하는 왕도를 실현하지 못한 까닭에 ‘그릇이 작다’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관중이 성현이 추구하는 큰 배움의 도를 알지 못하여 왕도와 패도의 개념을 뒤섞어 한 길로 생각하는 우를 범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맹자나 사마천은 군주가 스승으로 삼을만한 인품을 지닌 참모로 꼽고 있기도 합니다.
<관자, 최고의 국가건설을 위한 현실주의>는 100쪽이 조금 넘는, 일견해서 가벼워 보이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중시하는 관중의 철학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그렇지 않은 분이라고 해도 읽어서 삶의 지혜로 삼을 만하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