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이익을 반대한 경세가 살림지식총서 455
장현근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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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하면 성선설을 바탕으로 한 정치철학을 펼친 분으로 기억합니다.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선한 본성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어진 정치를 펼치면 좋은 세상이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맹자는 기원전 371년 경에 고대 중국의 추나라에서 태어나 기원전 289경까지, 그러니까 전쟁과 경쟁이 치열했던 전국시대를 살았던 분입니다. 맹자는 수많은 제자들과 어머니를 수레에 모시고 여러 나라를 돌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쳤지만, 생전에는 기록에 남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맹자의 제자들 가운데 그의 사상을 세상에 드러낼 만큼 유명해진 분도 없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맹자보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난 순자는 맹자가 공자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펼쳤다고 비판했고, 사마천 역시 “맹자의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있어 당시 정세에 맞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맹자가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맹자로부터 500년이 지난 후한의 조기가 처음 맹자를 주석한 이후부터라고 하는데, 조기는 맹자를 가리켜 ‘천지만물을 망라하고 인의도덕을 확산시킨 위대한 인물’이라고 칭송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맹자는 전쟁과 경쟁이 치열했던 전국시대를 살았던 분으로 대중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정치를 꿈꾸었던 분입니다. 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을 살아내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그의 철학에서 얻을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현근교수님은 <맹자, 이익을 반대한 경세가>에서 맹자의 사상 가운데 주목받지 못해온 부분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경국제세의 정책 아이디어입니다. 저자는 『논어』의 「자장」편에 있는 자하(子夏)의 말을 인용하여 유가 사상가들의 정치참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벼슬(정치)를 하다 성취가 있으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하다 성취가 있으면 벼슬(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보면 오늘날 폴리페서라고 지탄을 받고 있는 일부 학자들이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행태의 뿌리가 공자에 이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맹자는 세상의 문제들이 가혹한 정치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가진 경세의 밑그림은 바로 백성의 아픔을 고민하는 정치였다고 합니다. 맹자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근거라고 제시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그리고 시비지심의 사단설(四端說) 가운데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측은지심을 경세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저자는『맹자』의 「공손추 상」편에 있는 “孟子曰 人皆有不忍人之心. 先王有不忍人之心 斯有不忍人之政矣.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政 治天下可運之掌上”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뒷구절만 옮기면 “다른 사람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마음을 갖고, 백설들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그런 정치를 하면 마치 손바닥 위에서 물건을 굴리듯 천하를 쉽게 다스릴 수 있다.(18쪽)”

 

한 개인의, 한 사회의, 한 국가의 이익이 중요한 목표가 되는 사회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만, 맹자는 이익을 따지는 사회는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전쟁이 일상이 되고 있던 전국시대의 사회적 혼란을 추스를 방안으로 구상하게 된 것일 터라서 오늘날에도 잘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시는 농경이 중심이 되는 사회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생각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제자백가 가운데 양주와 묵가는 이익의 추구를 중요한 이론으로 삼았고, 법가는 힘의 추구를 중요한 이론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맹자는 이들을 배척했다고 합니다. 재화의 생산과 관련하여 맹자와 묵가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http://blog.joins.com/yang412/13375407)

 

묵자는 생산을 중요시했지만 절용을 강조하였는데, 세상의 재화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까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경고한 반면, 맹자는 때만 잘 맞추면 재화는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때’란 특히 농업에서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농사란 때를 놓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마련이므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군역이나 부역으로 인하여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요즈음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분들과 비관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이미 2500년 전에도 있었구나 싶습니다.

 

이처럼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세금을 줄여주며, 수확물을 백성들과 같이 나눌 수 있는 정치를 하면 세상이 풍요롭게 될 것이라는 맹자의 주장은 장기적 측면에서는 타당하다 하겠지만, 앞에 닥친 전쟁의 위기를 타개하는 묘책이 될 수 없다고 당시 위정자들은 판단하였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공허하게 들렸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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