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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진리를 찾아가는 길 ㅣ 살림지식총서 454
이기동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평점 :
장자하면 ‘호접몽(胡蝶夢)’을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 백과사전에는 “중국의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자아(自我)와 외물(外物)은 본디 하나라는 이치를 설명하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사상을 이은 도가(道家)의 초기 사상가인 장자는 사물은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장 이기동교수님은 오늘날 장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오늘날까지 세계를 이끌어온 서구중심의 근대 이성주의가 한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르네상스 이후 등장한 이성주의는 인간의 두 요소인 마음과 몸 중에서 몸을 근본적 존재로 보고, 육체적 욕구를 긍정하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가치를 중시해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물질주의는 과학과 산업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물질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생존하기 위하여 서로 지켜야할 윤리적 규범이 같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데, 물질이 풍요해진 현대에 들어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사라짐에 따라 윤리의식도 엷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제 인류는 전체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의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육체적 행복은 분명 어느 순간까지는 만족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육체적 행복의 크기가 정신적 행복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지금 인류의 생존을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는 물질주의에 의한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육체적 존재로 보는 사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그 대안이 바로 장자적 사유가 될 것이라고 예시하고 있습니다. 즉 장자 철학을 근간으로 하여 정신적 행복을 터득하고 현대문명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장자는 전국시대 송나라 몽(夢) 지방에서 태어났다고 하고, 성은 장(莊)이고 이름은 주(周)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원전 370년경에 태어나 300년경까지 살았다고 추정된다고 합니다. 공자보다 150년 정도 늦고 맹자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이를 정리하려는 이론가들이 많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백가쟁명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사상가들이 나와서 나름대로의 이론으로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주장하고 상대의 이론의 문제를 비판하였을 터인데,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장자는 나름대로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장자』의 「제물론」을 보면, “성인(聖人)은 시비하는 사람들에게 개입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모든 시비는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조화되는 차원에서 가만히 놓아둔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사람들이 자기의 입장에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그저 가만히 놓아두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장자는 정치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묻혀 유유히 살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학문이 체계적으로 전수되던 다른 학파와는 달리 장자의 제자들은 학파라고 할 정도로 조직적이지 못해서 누가 그의 제자였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고 합니다.
저자는 『장자』를 인용하여 ‘진리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도란 무엇인가? 사람이 왜 진리를 잃게 되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리를 찾아가는 길, 참된 삶과 참된 인생, 자연의 힘과 능력 등을 어떻게 설명했는지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자께서 정리하고 있는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이렇습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의식이나 지식을 덜어내어야 한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덜어내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도를 터득하는 비법이다.(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