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는 국제학회에 참석해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연자가 발표하는 새로운 검사법을 듣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질문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다 보니 질문할 시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나중에라도 찾아서 물어보았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질문내용이 빨리 영어로 정리되지 못한 점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손을 들고 질문을 하려니 공연히 심장이 쿵쾅거리는 바람에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만, 처음 학회에서 데뷔를 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하는 바람에 지켜보던 의국원들이 가슴을 졸였다고 했습니다. 요즈음에도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습니다만, 이젠 듣는 사람들 누구보다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배짱이 생겨서인지 여유를 부리는 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정신과의사이면서 심리치료를 전공하는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를 새롭게 개정해서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열 여덟권의 책을 저술한 저자의 첫 번째 책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사회 불안의 원인과 구조를 설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개인이 타인과 잘 어울리고 잘 살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곳에 혼자서 들어서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려야 하는 순간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서고 싶은 심정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시선이 불편한 상황을 심리학에서는 사회불안이라고 부르는데, 대체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1.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무완수하기, 2. 비공식적이고 피상적인 대화하기, 3.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기, 4. 일상적인 행동이 관찰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등입니다. 이들 상황을 빈도에 따라서 서열을 정해보면 4번으로 갈수록 빈도가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불안한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우선 몸이 반응을 한다고 합니다. 두근거림이나 복부장애처럼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반응도 있지만, 목이 메거나, 떨리거나, 식은땀을 흘리거나 얼굴이 빨게 지기도 합니다. 이런 반응들은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사회불안을 그 정도와 지속시간에 따라서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무대공포증과 일시적인 불안은 정상적인 사회불안의 형태이며, 수줍음은 일반화된 형태로서 병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존재 방식으로 뒤로 물러나 있는 내면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공포증은 존재를 마비시키는 진정한 정신질환으로 심각한 고통과 불편을 야기하며, 회피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적상태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회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하여 적절하게 대응하게 되는데,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불확실한 사회적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인 사회적 상황을 파국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177-8쪽) 특히 자의식이 강하여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서 흔히 볼 수가 있다고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영역에 흩어져 있는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합니다. 흔히 유전적 소인이라고도 하는 생물학적 요인들이나, 개인이 살아온 경험이 바탕이 되는 정신역학적 요인들이나,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회적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작용하여 증상의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치료에 관하여, 저자는 ‘치료가 필요할까?’라는 생각보다도 ‘언제부터 도와야 할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는데, 첫 번째 단계에서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문제를 없애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다양한 치료법 가운데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치료법들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라고 하니 사회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면 큰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