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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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간지에서 목회자 아들의 교회세습에 관한 생각을 읽었습니다. 저 역시 자식들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이어받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개신교 목사님들 역시 아들이 대를 이어 목회자가 되는 것을 큰 축복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목사님이 맡고 있는 중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세습도 문제가 되는 세상인데, 기업이 아닌 교회를 ‘지상의 왕국’으로 만들어 아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동아일보 3월 21일자 기사, [김갑식 기자의 뫔길]축복일까 특혜일까… 목회자 아들의 교회세습)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저는 종교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깊이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언론에 보도되는 정도를 스치듯 읽고 마는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무슨 일일까?’싶은 정도의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옥성호작가님의 <서초교회 잔혹사>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작가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가상의 스토리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우리나라 교회에 배태되어 있을 수 있는 현실들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버무려넣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침 작가님이 사랑의 교회 설립자인 옥한음목사님의 장남이라 하셔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저의 직장이 있는 서초구에 ‘서초교회’라는 가상의 성전을 무대로 일어난, 한 마디로 사기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한편의 황당사건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초교회를 수만명의 신도가 모인 회상으로 키워낸 정지만목사님이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김건축목사님을 영입하여 물려준 것 까지는 앞서 말씀드린 교회세습이라는 꼴불견과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지만 목사에 이어서 서초교회를 담임하게 된 김건축목사의 인품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일은 김건축목사님을 선정한 정지만 목사님에게 귀책으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만, 하느님을 모시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교회가 신도를 확대하고 수익의 창출을 지상의 가치로 삼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장세기목사님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하여 대학에 다니면서 인연을 맺은 서초교회에서 간사를 맡았다가 새로 부임한 청년부 담당목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목사가 된 다음에 서초교회 청년부를 담당하게 된 것인데, 내세울 것이 없는 장세기 목사의 순수함을 주목하여 발탁해준 교역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실과 타협하여 김건축목사님의 사기극에 빠져드는 그에게서 인간의 나약함을 봐야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설 속의 김건축 목사가 개인의 야심을 쫓는 사기꾼인지, 아니면 하느님을 믿는 방식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떠나 현대적 감각을 입힌 신지식인인지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화려하고 거대한 성전을 짓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절차나 방식에서 거짓과 속임, 모략과 배신, 협박과 폭력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용서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기독교 자체에 대한 비판이나, 팩트에 기반한 르포르타주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도 수 늘리기에 급급한 일부 대형교회와 욕망에 사로잡힌 목회자의 위선적 태도를 비유적으로 성토하고 금기와 성역으로 무장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도전임을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한국 교회의 사역자들이나 신도들 가운데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반발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께서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단 한순간이라도 도대체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그중에서도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라고 적었습니다만, 작가가 창조한 인물 장세기 목사처럼 종교란 나약한 인간이 마음을 의지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문화적 소산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 교회에 다닌다는 의미를 깊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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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3-2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교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처음처럼 2014-03-22 13:20   좋아요 0 | URL
정말 교회에 대하여 무언가 생각을 하는 책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