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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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한국사 시리즈로 내놓은 첫 번째 책입니다. 책표지에 실린 기획의도를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대가 혼란에 빠져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고개 돌려 뒤를 돌아보고자 하는 것은 과거가 단지 슬러간 시간만이 아니라 사람살이의 온축된 지혜이자 훌륭한 경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역사는 과거를 반복하고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의 문제를 담아 새로운 과거로서 쓰여야 한다.” 모두 열여섯 권으로 기획된 민음 한국사는 다섯 권의 고대편에 서기전부터 9세기, 즉 통일신라 이전의 시기를 정리하고, 이어서 다섯 권으로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고려편을 그리고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조선편을 그리고 마지막 현대편에서 20세기를 다루게 된다고 합니다. 역사책을 100년 단위로 끊어서 기록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시리즈 가운데 조선사를 먼저 보면서 6부작 시리즈를 4부에서 시작한 스타워즈 시리즈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후반부에서 시작한 것은 제작을 시작한 1977년 당시에는 에피소드1,2,3편에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씬을 실감나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하지 못한 것과,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는 4편부터 시작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강하게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민음 한국사 시리즈를 조선조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료와 연구성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21세기 오늘의 현실적 관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학생 때 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배우면서 느꼈던 점은 서로 연결되지 않아 세계사 속의 한국사, 심지어는 이웃한 아시아 역사 속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던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민음 한국사는 세기를 새로운 서술 단위로 삼으면서 한국사의 큰 주제와 흐름을 종합적으로 조감하는 동시에 동시대의 세계사의 흐름을 같이 짚어가면서 한민족만의 일국사적 성격을 넘어 tpraP사적 시각 위에서 한국사를 조망함으로써 사상과 문화의 교류, 산업과 전쟁 등 세계와 주고받으며 우리를 만들어온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하였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15세기의 한국사를 열면서 저자들은 정화의 대항해로부터 이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화포와 인쇄술, 나침반과 대항해시대로 이어가면 지구적 변화를 같이 짚어보고 있는데, 이 시기를 “15세기의 세계는 몽골 세계 제국의 유산 위에서 전개되었다. 14세기 후반부터 세계 제국이 쇠퇴하자, 제국의 일부였거나 제국의 영향 아래 있던 각 민족은 저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했다.(27쪽)”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원나라가 멸명하고, 동아시아에서는 명나라가, 중앙아시아에서는 티무르 제국이, 그리고 서아시아에서는 오스만튀르크가 세력을 나누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로서 15세기 유라아시아 대륙에서 어떤 사건들이 진행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별도의 지면을 나누어 15세기에 일어난 나라들을 지역별로 소개하기도 하는데, 말레이 반도에 믈라카 왕국(1402~1511), 유구왕국(1429~1879), 남아메리카지역의 잉카제국(1438~1533), 이베리아반도의 카스티야-아라곤 연합왕국Z(1476~ ) 등입니다. 이어서 조선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에 대하여 1402년(태종 2년)에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나라에서 들여온 자료를 참고하여 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세계관에 이슬람지역의 지식까지 담아낸 놀라운 작품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1392년 개국을 한 이래 권력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영토의 경계를 확장하고, 이어서 통치체계를 구축하는 과정, 농업, 천문, 예악의 정비하고 특히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자를 창제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이론을 주장하기보다는 다양한 학설을 검토하고 그 가운데 가장 유력한 설로 이끌고 있어 읽는 사람 역시 나름대로의 판단을 할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태조에서 성종에 이르기까지 시기에 조선왕조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특히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대한 저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5세기 중반 조선의 상황은 멀리 중국 고대 국가 주의 초기와 매우 비슷했다. 그때 주공(周公-주 무왕의 동생)은 어린 조카 성왕을 보필해 나라의 기틀을 잡은 뒤 깨끗이 물러남으로써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단종의 숙부는 끝내 윤리나 이성으로 정치적 야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조선 시대 유일한 찬탈 군주가 되고 말았다.(184쪽)”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의 근원을 요즘말로 하면 보수와 진보라고 할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이라고도 하는데, 그와 같은 관점을 바꾸어야 할 점이 있을 듯도 합니다.

 

요약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사를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세계사와 연계하여 세계사 안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풍부하게 인용하고 있는 각종 자료들은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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