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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으로 읽는 세계 명작선 2
알퐁스 도데 외 지음, 박정임 옮김 / 부광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꽤 오래 전에 구입한 책이라서 이 책을 읽으려고 한 이유를 잊어버렸습니다. 어쩌면 프루스트 읽기의 일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아무리 목차를 들여다보아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중에 프루스트를 다시 읽다보면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인 까닭에 일부분이라도 읽어볼 요량이었을 것입니다.
시리즈의 두 번째인 이 책에서는 모두 9명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라고 하더라도 생소한 작품일 수도 있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분량이 제한되어 있는 탓에 각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오랜 기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목을 중심으로 발췌 번역을 했기 때문에 한 권의 가벼운 분량으로 다양한 작품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옮긴이가 마지막 작품 <한 줌의 흙>을 소개하면서 작가 헨리 반 다이크가 뭔가 이야기가 머리에 떠오르면 노트에 적어두고 식탁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이 대목은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이 바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될 것을 상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년이 가지고 있는 천재성을 어떻게 키워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작곡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었지만, 그의 삼촌은 “훌륭한 음악가가 되고 싶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쓴 거야. (…) 음악의 세계에서는 교만해져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아. 음악은 겸손하고 성실해야만 돼. 그렇지 않다면 음악이란 신에 대한 불신이고 신을 모독하는 거야.(46쪽)‘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발췌한 내용이 지나치게 축약되어 이야기의 핵심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페인의 소설가 비센테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다랑어 낚시>는 어느 해 다랑어 잡이가 호황을 이루자 배를 산 어부가 뒤이어온 흉어기를 버티기 위하여 아홉 살짜리 아들을 배에 태우고 먼 바다에 나갔다가 만난 커다란 다랑어를 잡아올리는 과정에서 아들을 잃고 만다는 이야기인데, 돌아온 배에서 아들을 발견하지 못한 어머니가 발작하듯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는 죽었어.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어. 나도 머지않아 그곳으로 가겠지. 바다로 먹고사는 우리들은 어차피 바다에 먹힐 운명이지. 어쩔 수 없는 거야. 태어난 사람이 모두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니잖아.(72쪽)“라고 체념한 듯 한 모습을 그리고 있어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절절한 아픔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겠지요.
학교에서 친구의 나이프와 은화를 훔쳤다는 오해를 받고 신체검사를 받게 된 슈라의 억울한 사정을 그린 미하일 숄로호프의 <신체검사>에서도 엄마가 “아무 말도 할 수 없구나. 좀 더 크면, 이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는 더 지독한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으니까(90쪽)”라고 위로 같지도 않은 말로 아들을 달래야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외지로 떠난 페르디난트 삼촌이 돈을 많이 벌어올 것이라고 믿는 크누트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찬 엘스터의 <페르디난트 아저씨>도 결말 부분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찾아온 페르디난트는 2천 크로넬을 맡기고는 다시 고향을 등지고 마는데, 고향에 찾아온 이유도, 다시 고향을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나의 소년시절>은 그의 <자서전>의 일부이며, 아나톨 프랑스의 <어머니 이야기>는 그의 소설 <피에르 노젤>의 일부라고 합니다. 전체 이야기를 발췌하여 요약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골라서 제목도 다르게 소개하고 있어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전체가 아닌 일부의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책읽기에 경험이 별로 없는 탓이지 싶으면서도 아쉽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