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수학 -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
EBS 문명과 수학 제작팀 지음, 박형주 감수 / 민음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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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는 수학이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수학이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졸업을 했습니다만, 두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수학적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수학을 전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라는 부제가 달린 <문명과 수학>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에서 기획한 방송프로그램 <문명과 수학>을 제작하면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방송제작팀이 만든 책답게 중요한 사실 중심으로 잘 요약되어 서술적으로 적고 있어 마치 방송을 시청하는 것처럼 쉽게 읽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방송화면을 통하여 소개된 다양한 그림들을 같이 볼 수 있어 본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이야기는 1858년 스코틀랜드의 고고학자 헨리 린드가 이집트의 룩소르 시장에서 사들인 한 장의 파피루스에서 시작합니다. “모든 사물에 대한 완전한 탐구, 모든 존재에 대한 통찰, 모든 비밀에 대한 지식을 제시하고자 이 글을 쓴다.” 이 문건은 견습서기들을 위한 기하와 산술문제집이었다고 하는데, 삼각형, 사각형, 사다리꼴, 원 등 도형의 넓이와 원기둥, 피라미드의 부피를 구하는 법 그리고 단위 분수의 계산과 일차 방정식 풀이 등을 포함해서 모두 84개의 문제를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중학교 다닐 때 배웠던 수학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요즘에는 초등학교에서 배운다는 것 같습니다. 이집트 시대의 수학은 지금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거의 4천년 전에 지금의 수학으로 얻는 결과에 아주 근접하는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실용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실용적인 방법으로 간략하게 접근하던 수학이 사고를 통하여 논리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그리스 시대의 피타고라스(B.C. 580?~500?)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바로 그가 ‘증명’을 통하여 수학적 법칙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피타고라스학파가 ‘학문이 가미된 고대의 신비종교집단’ 같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영원불멸과 윤회를 믿었고, 채식 위주의 금욕적인 생활로 육체를 정화시키고자 노력했다.(61쪽)”라고 하니 논리적이었다는 학자들이 엉뚱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타고라스학파를 중심으로 꽃을 피운 수학은 유클리드(BC 330~BC 275)에 의하여 정리되는데, 그가 쓴 <원론> 안에는 모두 23가지의 정의를 담고 있고, 유클리드는 이 정의를 이용해서 증명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저자는 유클리드의 원론에 입각하여 정삼각형을 그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삼각형을 그리는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보시겠습니까? 저자가 삽입해놓은 그림을 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는 증명을 마친다음에 언제나 Q.E.D.라고 적어 넣었다고 하는데, 이는 Quod Erat Demonstrandum라는 라틴어 낱말을 줄인 것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은 ‘이로써 증명되었다.’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직역하면 ‘이것이 보여져야 할 것이었다.(70~71쪽)’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그리스의 학문적 전통을 로마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메소포타미아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인도의 수학과 결합하여 새롭게 진화하는 과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현대수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인 숫자 0의 개념이 있습니다. 숫자 0에 대하여 이 책을 감수하신 포항공대의 박형주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존재와 부재를 넘나드는 기묘한 숫자 0이 유럽 수학에서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사용된 건 이제 겨우 500년 남짓 밖에 안된다.(21쪽)” 박교수님은 <문명과 수학>이 바빌로니아 문명이 빠져있고 특히 중국문명이 다루어지지 않은 점 등, 수학의 발전에 기여한 모든 문명을 뒤져낸 것이 아니라는 제한점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책으로 만들게 된 이유는 다음 구절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수학은 대입 수능 시험의 중요한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피타고라스가 세계의 근원을 묻고 진리를 탐구하던 영역으로서의 수학은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수학의 현실은 현대의 모든 학문이 처한 위기이기도 하다. 세상의 신비를 캐고, 진리를 알아 나가는 즐거움, 학문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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