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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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퀸과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주연한 영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리고 뮤지컬로 잘 알려진 <노트르담의 꼽추>의 원작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습니다. 고백하건대 영화는 물론 뮤지컬도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노트르담 성당까지는 가본 기억 밖에 없어 오히려 원작을 먼저 읽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정기수교수님은 작품해설에서 영화 등은 ‘작품의 참다운 모습을 왜곡시킬 염려가 있다’는 우려를 적고 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의 핵심 줄거리는 노트르담성당 앞 광장을 무대로 춤을 추는 보헤미아 아가씨 라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부주교, 시인, 헌병장교, 성당 종지기 등의 복잡한 사랑놀이를 축으로 하는 기구한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노트르담 성당이고, 성당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작품해설의 말미에 붙인 문학사가 랑송의 말 그대로입니다. “이 책의 참다운 재미는 가지가지의 삽화와 광경 묘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 (…) 그보다 더 생생한 것은 도시 자체요 …… 15세기의 파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생생한 것은 그 그림자가 도시를 덮고 있는 성당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이 소설 속에서 진정한 넋을 가진 유일한 개인이다.(501쪽)”

 

이미 <레미제라블>에서 파리에 대한 위고의 지극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부에서 테나르디에가 탈옥하는 과정에서 파리 성곽의 모습을 시시콜콜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5부에서 장발장이 시가전에서 부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근왕군의 포위를 뚫고 구하기 위하여 파리의 하수도로 숨어드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파리 하수도의 구조와 역사를 구구절절이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파리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관심을 읽을 수 있는데, 제3부 1장 ‘노트르담’에서는 노트르담 성당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고, 2장 ‘파리의 조감’에서는 15세기 무렵부터 파리시가 발전해온 모습을 요약하고 있고, 제5부 2장 ‘이것이 저것을 죽이리라’에서 중세 건축술이 차지하는 위상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건축술은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을 보완하기 위하여 발전해왔는데, 15세기 이후 인쇄술이 발명에 따라 ‘책이 건물을 죽이려 한다.(1권 345쪽)’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15세기까지만 해도 파리는 제각기 다른 모습과 특수성, 풍속, 습관, 특권, 그리고 역사를 지닌 서로 판이하게 구별되는 세 개의 도시, 즉 시테와 대학과 장안으로 나뉘어있었다(1권 224쪽)’고 합니다. 불과 이틀 동안 파리에 머물렀던 저로서는 로랑 도이치의 <파리 역사기행; http://blog.joins.com/yang412/13189707>을 읽은 것이 조금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위고가 묘사하고 있는 파리의 모습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고가 이 작품을 통하여 고대의 건축물을 미화 보존한다는 핑계로 사실은 그것을 훼손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옛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는 공평하지 않았으며, 건축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무너뜨리고자 하였다. 르네상스에 장소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고딕 건축의 파리는 일순간밖에는 완전하지 못했다. 생 자크 라 부슈리를 완성하지마자 낡은 루브르궁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2권 253쪽)” 빅토르 위고(1802~1885)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1819~1900) 역시 약관 30세에 저술한 <건축의 일곱 등불; http://blog.joins.com/yang412/13284036>의 서문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축물이 파괴되거나 무시되고, 내가 사랑할 수 없는 건축물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존 러스킨 지음, 건축의 일곱 등불, 7쪽)”라고 토로하면서 옛건축물을 제대로 보존할 것을 주장한 것을 보면 당시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옛것들의 보존에 대한 지성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또 하나는 다양한 어휘의 홍수였습니다. 정기수교수님의 말씀처럼 중세의 라틴어를 비롯한 온갖 나라의 말이며 중세 프랑스어와 사투리, 곁말로부터 중세의 갖가지 제도와 풍습, 습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시인 그랭구아르가 보헤미아 패에 붙들렸을 때 건네는 구절입니다. “et omnia in philosophia, omnes in philosopho coninentur(그리고 철학은 모든 사물을 포함하고, 철학자는 모든 인간을 포함합니다.(1권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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