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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의 10년 간 더 느긋하고 깊어진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학자 박혜란님의 나이 듦에 대한 두 번째 에세이라고 합니다. 10년전인 2001년에 <나이 듦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내셨다고 했으니, 5학년 5반에 나이 듦에 대하여 고민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사실 웰 에이징, 즉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관하여, 젊어서부터 고민하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40도 되기 전부터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을 구하여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회갑을 목전에 둔 지금도 시작할 무렵 정리한 것이 전부일 뿐, 엄청나게 쌓아둔 자료를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나이 먹는 일이 겁나서 자꾸 외면하려는 생각이 강해졌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자께서는 아주 용감하셨던 모양입니다. 50줄에 나이 듦을 고민하고, 60줄에서 다시 나이 듦을 고민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그 점에 대하여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인간, 참 자기중심적이다. 10년 전, 50대 초반에 <나이 듦에 대하여>라는 좀 건방진 제목으로 책을 냈을 때만 해도 난 내가 꽤 나이가 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 나이의 사람들을 보니, 새파랗다. 무얼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다.(8쪽)” 일부 남들 먹는 나이를 저 혼자서 먹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만, <다시 나이 듦에 대하여>를 읽어보면 글빨이 참 좋아서 혀에 착착 감기는 것이 저자께서 공연히 멋쩍어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것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그것들을 친숙한 필치로 써내었으니, 읽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습니까? 글을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참으로 재주가 아닐 수 없으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가끔은 바깥 분을 덤덤하게 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40년을 넘게 살아온 내공이 쌓여 서로 편하게 느껴지는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는 어떤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남자들이 착해졌다’는 글을 읽으면 이 세상 남자들 참 불쌍타는 생각이 여전히 드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저는 저자로부터 따끔한 시선을 받게 될 것만 같기도 합니다. “요즘 남자들, 참 착해졌다. (중략) 젊은 남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이 든 남자들도 몰라보게 착해졌다. 착해지고 싶어서 착해진 것이 아니라, 착해지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괴로워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된 덕분이다.(44쪽)”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기보다는 강요받은 착해짐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더욱 공감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서 밥 한 끼를 얻어먹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축되는 것이 아닐까요? 밥 한 끼 먹는 문제인데 왜 얻어먹는다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여자들은 나이 들수록 독립적으로 되어 가는데 반해 남자들은 나이 들수록 의존적으로 되어 가니까.”라는 대목에 해답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외출하는 아내 치맛자락을 붙잡지 마시고, 그 시간을 오롯하게 즐기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처럼 나이 들어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따로 또 함께 하는 나이듦”이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필수조건이라는데 공감합니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혼자 놀 줄 모르면 공연히 주위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잦다 보면 젊은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노인은 점점 더 야속해한다. 나이 들수록 혼자 놀 줄 알아야 인생이 그나마 덜 외롭다. 덜 삭막해진다.(88쪽)”
세상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나이 먹었으니까~~’라는 토를 달 이유가 없습니다. 나이를 잊고 살면 젊게 사는 것입니다. 꼭 나이를 먹은 티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자께서는 너무 일찍 나이든 티를 내신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