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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반띵
김승일.김엄지.박성준 지음 / 멘토프레스 / 2013년 11월
평점 :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울 반띵’이 무슨 의미인지. 지금은 외국에 있다는 김승일작가의 친구가 밀었던 유행어라는데, 돌아오면 또 “소울 반띵 하자”고 그럴 것 같다는데.... 반띵이라는 말은 10대들이 잘 쓴다는 속어 같은데, 다음 사전에는 “물건이나 시간, 돈 따위를 반으로 나눔”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소울’은 또 뭐람... 설마 ‘1) 영혼 2) 마음 3) 정신 4) 소울 5) 아무’라고 설명되는 soul? 영혼을 반으로 나누자구요? 속시원하게 설명하고 있을 줄 알고 <소울 반띵>을 열심히 읽었지만 놓쳤는지 어땠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소울 반띵>은 김승일·김엄지·박성준 등 3인의 젊은 작가들이 ‘청춘’을 주제해서 쓴 산문집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삼인삼색이라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요약한 것처럼 김승일(시인, 1987년생)은 중학시절부터 자신의 삶을 온통 지배했던 홍대 ‘인디밴드’에 대해, 김엄지(소설가, 1988년생)는 오후 네 시에 아침을 먹는…… 소소한 일상생활의 ‘치열함과 무의미’에 대해, 박성준(시인, 1986년생)은 사색공간 ‘시인의 방’에서 끄적거린 ‘잡글’을 시처럼 문학처럼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읽어가면서 이들은 ‘왜 그랬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는 답을 얻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애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명지대 문창과에서 한예종 연극원을 거친 김승일은 왜 홍대 부근을 헤매고 다녔을까 싶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생긴 습관 때문이었을까요? 종로에 있는 대학에 다닐 적에는 학교 앞보다는 혜화동에 자주 갔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명동을 거쳐 강남에 있는 직장을 다녔는데, 홍대 앞하고의 인연은 시험준비를 한다고 한달 정도 선배님 처갓집에 처박혔을 때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어쩌다 간혹 스치듯 들르기도 하지만 홍대 앞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김승일작가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스물 전후에 어떤 모습이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가면서 말입니다.
김엄지 작가의 어머니는 “엄지 참 잘 썼다. 쓰느라고 수고 많았다. 한 번에 읽어서 즐겁고 편했어. 모르는 너를 많이 안 것 같기도 했고. 왜 그렇게 혼자 힘들게 살았을까 생각도 했고. 그래도 네가 참 너그럽다는 걸 알았어. 사랑스러운 여자야. 너는.”라고 읽은 느낌을 적으셨는데, 낮잠을 자는 친구의 긴머리를 가위로 싹뚝 잘라냈다는 작가의 고백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랬더라면 아마 엄청 야단을 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걸어가는 개미의 등에 촛농을 떨어뜨려 죽였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는 것은 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봄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지나치던 배추밭에 날아다니는 흰나비를 회초리로 떨구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날아다니는 나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공명심 때문 아니었을까요? 결국은 지나가시던 선생님 눈에 띄어 크게 야단을 맞고서야 잘못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는 찜찜한 무엇이 남아 있습니다. 김엄지 작가의 어머니 말씀처럼 편하게 읽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부러운 노릇입니다. 쉽게 참 잘 썼다. 잘 읽힌다. 남은 느낌은? 글쎄요....
박성준 시인의 글은 시작부터 으스스한 느낌입니다. 그림까지도 말입니다. “저수지 속에는 수많은 귀신들이 깔깔거린다.”라고 시작해서일까요? 물론 귀신이 있다는 말은 절대로 믿지 않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보니 무속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작가의 배경이 글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래서 시인은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시를 쓰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다. 술을 먹고 술을 먹고 술을 먹고 행복하려고 술을 먹는 것이 아니다. 술을 먹으면 견딜 수 있을까봐 술을 먹는다. 무섭다. 무서워서 시를 쓰고 술을 마시고 불행하게도 행복해진다. 시를 쓰지 않는다. 아니 시를 쓰고 있다.”라고 적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