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숑 씨의 여행 지만지 희곡선집
외젠 라비슈 지음, 장인숙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읽은 <이탈리아 밀짚모자; http://blog.joins.com/yang412/13239060>를 쓴 희곡작가 외젠 라비슈(1815~1888)의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밀짚모자>가 결혼식날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페리숑 씨의 여행>은 두 젊은이가 구혼자로 나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통하여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비슈가 정통 프랑스 연극에서 벗어난 대중가요를 바탕으로 한 가벼운 뮤지컬 형태고 발전한 ‘보드빌’연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통연극하면 역시 몰리에르를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몰리에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장 바티스트 포클랭 (Jean-Baptiste Poquelin; 1622~1673)는 라비슈보다 200년 먼저 활동하였는데, 몰리에르 역시 전통 프랑스 희극에 새로운 양식을 도입하는데 성공한 희곡작가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백과사전에는 그의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그의 희극양식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상호관계 속에서 바라본 이중적 시각에 기초한 것으로, 예컨대 그럴싸한 것과 진실한 것, 현학적인 것과 지혜로운 것 등의 대비가 그 희극적 원천이다. 배우이기도 했던 몰리에르는 어떤 상황을 다루더라도 그것을 생동감있게, 때로는 비현실적일 만큼 극적으로 만들어, 비록 이성의 시대에 살기는 했지만 그의 양식은 부조리한 것을 합리화하지 않고 거기에 생기를 부여했다.” 두 사람 모두 프랑스 연극에서 중요한 전환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요약해놓은 줄거리입니다.

(제1막)페리숑은 아내와 딸을 동반하고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역에 도착한다. 서로 친구인 아르망과 다니엘도 한곳에서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 모두 페리숑의 딸인 앙리에트에게 구혼할 생각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약속하며 페리숑 일가의 여행에 동행한다.

(제2막) 페리숑이 여행지에서 말을 타고 산에 오르다 부상을 당한다. 아르망이 그를 구해 주면서 구혼자로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다니엘은 페리숑의 오만하고 허영에 찬 인간성을 꿰뚫어보고 꾀를 내어 오히려 위험에 처한 자신을 페리숑으로 하여금 구하게 한다.

(제3막) 상황이 역전되어 페리숑은 이제 아르망이 아니라 다니엘을 사위로 낙점한다. 그러나 앙리에트의 마음은 아르망에게 가 있다. 애정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가는 중에 페리숑은 진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여행지 숙소에서 썼던 방명록이 화근이 되었다. 페리숑은 허영 때문에 결국 노련하고 성미 급한 사령관과 결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제4막) 결투가 걱정된 앙리에트는 페리숑과 다니엘이 은밀히 경찰에 손써 놓은 줄도 모르고 아르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르망은 결투가 벌어지기 전에 사령관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고 사령관이 혐의를 벗으면서 의도치 않게 결투 시간과 장소가 바뀌게 된다. 아르망에 대한 페리숑의 불만이 극에 달한다. 그러다가 아르망과 다니엘의 이야기를 엿듣고 다니엘이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 짓을 알게 된다. 페리숑은 자신의 허물을 깨끗이 인정하고 딸과 아르망을 결혼시키기로 한다.

 

줄거리는 간략하지만,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절정과 반전에는 웃음과 씁쓸함이 섞여드는 묘한 느낌이 남습니다. 간략하면서 주고받는 대사를 읽다보면 무대에서 벌어질 상황이 절로 연상되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앙리에트를 둘러싼 아르망과 다니엘의 구혼과정에서 아르망의 순수한 면모와 다니엘의 비열한 전략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사실 다니엘 역시 순수한 면이 있다고 보이는 것은 자신이 썼던 전략을 친구 아르망에게 누설하고, 그 광경을 페리숑씨가 엿듣는 바람에 들통이 나는 구조인데, 요즈음 우리 드라마에서는 너무 자주 써먹는 바람에 식상하다 못해 절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르망을 위한 장치로 삽입되는 마티에 사령관의 애정행각은 당시의 사회풍조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짧은 대사로 구성되어 있어 경쾌하게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의 희곡입니다. 여기에 요즈음의 언어로 적당하게 각색을 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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