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 빙하기 6000만 년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자들의 열정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가운데 13년 여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 의하면 북극을 덮고 있는 해빙의 면적이 최저를 기록했던 12년 여름에 비하면 눈에 띌 정도로 늘었다고 해서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230085). 이 결과를 두고 고(古)기후학자들은 미니빙하기의 도래를 나타내는 표시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는 탓도 있어서 빙하기연구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빙하기>의 저자들은 ‘빙하기가 오고 있다’는 제목의 머리말을 “과거의 지질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 세상이 오늘날처럼 추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래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보다 더 추웠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을 빙하기라고 부르지 않으며, 지금보다 더 추웠던 그때를 빙하기라고 부른다.(7쪽)”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의 겨울은 정말 추웠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기후는 대기의 변화뿐 아니라 해류의 순환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수온이 높은 표층해류가 대서양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고위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바닷물이 증발되어 염분이 증가되는 한편 수온도 떨어져 밀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밀도가 높아진 바닷물은 심층으로 가라앉게 되고, 심층에서는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순환을 이루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여 만년빙이 녹게 되면 표층해수의 염분농도에 영향을 미처 해양수의 표층과 심층을 연결하는 순환이 무너지면서 해류의 이동에 영향을 미쳐 적도 부근의 해류가 북쪽으로 열에너지를 이동시킬 수 없게 되어 북극의 수온은 다시 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구 차원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워낙이 복잡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는 기후변화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은 빙하기 사이에 일시적으로 얼음이 줄어든 짧은 기간의 간빙기인데, 이 비교적 오래 지속되었던 빙하기와 짧은 간빙기를 묶어 말하는 빙하기는 수백만 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 책 <빙하기>에서는 빙하기의 주기를 발견하게 된 과정과 그와 관련된 지구상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대한 빙하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18세기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있던 암석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집채만큼이나 큰 바윗덩어리 표석(漂石; boulder)이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하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분명히 어떤 힘의 작용으로 운반된 것으로 보이는 바위덩어리와 퇴적물이 뒤섞여 있는 곳이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역시 알프스의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있는 스위스사람들은 계곡 아래서 발견되는 표석이 산꼭대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에 의하여 쌓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1787년 스위스의 성직자인 베르나르 쿤에 의하여 이론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표석들이 물에 의하여 이동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바위에 긁힌 자국을 만들기도 하고, 부서진 바윗덩어리를 얼음 속에 품어서 이동시키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흘러내리던 빙하가 기온이 따듯한 곳에 이르면 녹아서 표석들이 쌓이게 되는 것을 빙퇴석(氷堆石)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빙퇴석에 관한 이론은 1837년 7월 지질학회에서 아가시에 의하여 발표되어 충격을 주었는데, 지구가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격변에 의하여 만들어져왔다는 격변설과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변화한 것이 축적된 결과라는 단일설이 맞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싹튼 ‘빙하기’라는 개념은 지구의 공전과 세차운동 등, 천문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빙하기의 주기를 찾는 과정과 탄소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빙하기의 주기를 밝히는 과정을 2장에서 요약하였습니다. 이어서 심해의 바닥에 쌓여 있는 해저 퇴적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빙하기의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은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가능해졌습니다.

 

연대측정이 잘 되어있는 지질학적 증거는 공룡멸종으로부터 현재 빙하기의 시작까지 약 6,000만년 동안 대륙이 직의 표면에서 움직여 해류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햇볕이 흡수되고 다시 우주로 복사되는 방법의 결과로써 우리 지구의 온도가 천천히 다소 불규칙적으로 내려갔던 것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이 약 10만 년 전에 시작된 간빙기였고, 반복되는 빙하기의 천문학적인 주기 덕에 우월한 종으로 진화해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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