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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드디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습니다. 니체는 1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에 있는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라는 글을 “나는 모든 글 가운데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되리라.(63쪽)”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미워한다(63쪽)”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허접스러운 글에 정신을 팔지 말라는 경고로 이해하였습니다.
자신의 피로 썼다는 차라투스트라는 1부에서 3부를 각각 열흘에서 보름 정도, 그야말로 신들린 듯이 썼다고 하고, 마지막 4부는 여섯 달에 걸쳐서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신들린 듯 쓴 글을 역시 저도 단숨에 읽어냈습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을 포함하여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을 단 제1부에서는 산에서 내려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차라투스트라가 방랑을 떠나는 과정을, 2부에서는 도래할 인간인 '초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3부에서는 '영원회귀'의 오솔길을 더듬어가는 차라투스트라의 고난을,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차라투스트라를 깨닫게 되는 자들과의 만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서른에 입산해서 십년의 세월을 정진한 끝에 깨달음을 얻은 자라고 이해되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그대 위대한 별이여! 그대가 빛을 비추어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존재가 없다면, 그대의 행복은 무엇이겠는가!(11쪽)”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오도송(悟道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산을 내려와 시장에서 군중을 만난 차라투스트라는 “신은 죽었다. (…)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15쪽)”고 선언합니다. “초인(超人; Übermensch)은 '영원회귀‘의 진리를 체득하고, ’힘의 의지‘를 실현시킬 미래의 인간을 가리킨다.”고 각주에서 설명되어 있습니다. 니체는 <반그리스도교>에서 유대인의 역사를 기록한 구약성서를 사제들이 왜곡하여 서술하여 신도들을 구속하려 들었다고 통박하였던 것(니체 지음, 비극의 탄생/즐거운 지식, 동서문화사; http://blog.joins.com/yang412/13023753)을 고려한다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우리말로 옮기신 장희장교수님이 작품해설에서 이전의 신의 율법은 인간의 선악을 규정하는 고정불변의 절대 명령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니체는 도덕을 특정한 시대, 특정한 조건 하에 주어진 하나의 결과일 뿐이라고 보았고, 그 결과가 주인노릇을 하면서 인간을 노예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보았다는 설명에 일면 수긍이 가는 것 같습니다.
죽은 신을 대신하여 인간사회에 ‘힘의 의지’를 실현시킬 미래의 인간, 즉 초인의 세상을 준비하는 일이 차라투스트라가 할 일이었던 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가 이룬 대로 가장 정직한 존재인 자아가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배우고, 몸과 대지를 찬양하고 경의를 표하게 되도록 안내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대중을 이끌어갈 초인은 누구일까요? 읽어가다가 생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는 구절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또한 초인이라는 말을 길 가다 주웠으며,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어떤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 인간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고, 새로운 아침놀에 이르는 길로서 행복에 겨워 자신의 정오와 저녁을 찬양한다는 것을 알았다.(351쪽)”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시인으로서, 수수께끼를 푸는 자로서, 그리고 우연을 구제하는 자로서 나는 그들에게 미래에 창조적으로 관여하고 과거에 있었던 모든 것을 창조적으로 구제할 것을 가르쳤다”고 하였습니다. 꾸준하게 정진한 자아가 종국에는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를 극복하는 단계에 이르면 초인(超人)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대중은 누구나 초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도록 안내하는 것이 차라투스트라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래서 “인간에게 있어서 과거를 구원하고 일체의 그러했었다를 개조하여 의지가 마침내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게 되기를 나는 바랄 것이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352쪽)”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