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뇌 - 당신의 위장이 스스로 생각한다
마이클 D. 거숀 지음, 김홍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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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뇌>라니, 머리 안에 담겨 있는 뇌 말고도, 우리 인간은 모두가 제2의 뇌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2의 뇌는 우리 몸의 소화 기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의의 소화기관이라고 한다면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입에서부터 소화가 다되어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항문에 이르는 경로를 포함할 수 있겠습니다. 소화 기관을 따라 약 100미터에 이르는 신경계가 존재하고 위장관을 조절하는 신경계는 제2의 뇌라고 부를만하다는 것이 <제2의 뇌>를 쓴 마이클 거숀교수입니다. 거숀교수는 컬럼비아대학 해부학과에 재직하면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하고, 특히 신경위장관학의 대부로 통한다고 합니다.

 

먼저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1부에서는 위장관에 분포하고 있는 신경계가 제2의 뇌라고 할 만하다는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그동안의 과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적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와서 소화되고 배설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사실상 신체의 외부환경이라고 할 위장관 내부에서 우리 몸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방어하고 있는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위장관에 분포하는 신경계통이 어떻게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질병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미경검사를 통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병리학을 전공하면서 흔히 만나는 위장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적지 않은 신경조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위장관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층의 사이에 아우어바흐 신경총과 점막 바로 아래 있는 마이스너 신경총이 있습니다. 위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우선 잘게 부수는 작업을 마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데, 소장에서는 간에서 만드는 담즙과 췌장에서 만드는 소화액과 잘 섞이도록 하면서 흡수가 일어나도록 아래쪽으로 밀어내게 됩니다. 바로 연동운동입니다. 연동운동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전체 장이 꼬임이 없이 율동적으로 운동해야 하는데 이러한 운동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위장관에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는 신경조직들인 것입니다. 위장관에 분포하고 있는 신경계에는 뇌와 척수로부터 나오는 말초신경이 연결되고 있습니다만, 수술 등으로 인하여 절단이 되더라고 위장관의 운동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뇌의 통제를 받지 않더라도 자율적인 운동이 일어나도록 통제하는 위장관의 신경계통의 역할을 ‘생각하는 소화기관’이라는 설명을 달아서 ‘제2의 뇌’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몸을 총괄하는 뇌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추신경계에 속하는 뇌와 척수에 들어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수용하여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그 자극들을 기억하고 통합하는 높은 수준의 의식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위장관계통에 분포하고 있는 신경조직이 전체 위장관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조정하는 기능까지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범위는 위장관 그리고 위장관과 연관을 가지고 있는 담낭이나 췌장 등 일부 기관과 연계하고 있는 정도일 것이라는 짐작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위장관 신경계) 그들은 뇌의 노예가 아니고, 종속되지도 않았으며, 독립적인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신경계의 독자적인 영역이다. 말초신경계 무리에서 그들은 뇌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반란군이다.(21쪽)”라는 근거가 입증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2의 뇌>를 요약하면 위장관신경계에 관한 저자가 이룩해온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는데,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이름까지도 거론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사족처럼 읽히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신경과학은 아무래도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용어에서부터 연구방법 등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독자의 수준을 어디에 두었는지 분명하기 않습니다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적지 않게 어려울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연구를 했던 파킨슨병과 관련하여, ‘대뇌에서 볼 수 있는 레비소체(Lewy body)가 소화기관의 신경세포에서도 볼 수 있다.(323쪽)’는 언급은 좋은 참고사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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