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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삶이 때로 쓸쓸하더라도
이애경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애경작가님의 전작이 <그냥 눈물이 나; http://blog.joins.com/yang412/12506027>였음을 생각해보면 제목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작에 이어 쓴 속편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보면 전작에 붙였던 프롤로그도 없이 바로 본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저의 짐작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눈물이 나>에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에세이’라는 부제를 붙였던 것은 어쩌면 방황하는 젊음을 어쩔 수 없어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이는 느낌이 들었다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은 이제 삶의 지향점을 정하기 위하여 방황을 멈추기를 조언하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언제 적 이야기였던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서른 언저리는 아무래도 사랑이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인’이라는 코너에서도 보면 친구처럼 지내는 남녀가 서로를 이성으로 느끼는 순간을 애써 부정하는 장면을 코믹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랑은 미쳐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작가는 ‘어디서부터 사랑일까’고민해볼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상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경우들 가운데, 저는 “너에게 시선도 못 주고 네 옆을 재빨리 지나갈 때부터 사랑(17쪽)”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헤어질 때 마음 아플 것을 생각한다면, 역시 “바래다 주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의 생각들을 읽어가다가 깜짝 놀란 대목이 있습니다. ‘기억의 속도’에 관한 글입니다. “기억 속에 있는 누군가를 끄집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너를 만난 순간, 내 대뇌피질에 언제나 네가 붙어 있었던 것처럼 너를 기억해 내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았고, 네가 한 말들과 약속들을 네 앞에 꺼내 놓는 데 단 1분도 지체되지 않았다.(68쪽)” 기억 속의 누군가를 끄집어내기 위하여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저로서는 놀랍고도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젊어서 일까요? 아니면 타고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동생처럼 지내던 사람이 멀리 떠나던 날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던 그녀는 그날의 느낌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눈물이 났다. 그건 슬픔이 오는 길을 돌아가느라 수고한 내가 흘린 땀방울이었을 것이다.(79쪽)”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을 애꿎은 땀방울을 핑계 삼는 것 같습니다만, 어쩌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을 설명하기 위한 준비작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도 그녀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골라보는 재미를 즐겨보라는 듯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두루 꼽아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더 많은 경우를 생각해냈겠지만 아마도 지면관계상 일부만 소개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떻든 그녀가 내놓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가운데 “온몸의 수분이 말라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가 마음에 듭니다. 생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ㅋㅋ
요즈음 제가 자료를 모으고 있는 여행에 관한 그녀의 재미있는 생각은 완전 생각지도 못하고 덤으로 받은 선물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 70억 명의 사람 중에 우리가 한 번이라도 인사를 나누게 되는 사람은 3천 명 정도이고 그중 150명 정도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 그런 면에서 여행은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69억 명의 인생을 관람하거나 그들의 삶에 입장할 수 있는 낯설고도 붙임성 좋은 티켓이다. 중요한 건,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든 관람차를 타든 내가 그 티켓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121쪽)” 저자가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인지 밝히고 있지 않아서 근거가 분명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재미있지 않습니까?
책을 읽다보면 가끔 작가의 생각에 딴죽을 걸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클래식에 눈물 흘리다’에서 저의 못된 버릇이 튀어나옵니다. 클래식이나 구성진 판소리에 귀가 꽂히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적었는데, 제 생각에는 이미자씨의 노래가 귀에 착 감기는 나이가 돼야 진정 나이가 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자씨의 팬이었던 저는 애늙은이였던 모양입니다.
재미있고 느낌 나는 사진들에 넉넉한 여백으로 마음에 여유까지 생기는 편집이 눈을 끄는 이애경작가님의 마음까지 끄는 생각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