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 미국 여행에 관한 글을 읽고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을 종주한 여행에 관한 글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워싱턴까지 여행하면서 루레이동굴을 구경하러 가면서 셰난도어 국립공원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간 인연때문입니다. 그때가 4월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마른 나무들이 어린 싹을 티워 내려고 물을 끌어올리는 느낌만 있을 뿐 아직은 겨울느낌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산에서 굽어보는 셰난도어 계곡 역시 떠난 사람으로 아쉬움이 남아 있는 듯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만, 저자가 밟았다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동부의 끝에 있는 메인주에서 남쪽에 있는 조지아주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등성이를 따라, 14개 주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 2100마일(3360km)에 이르는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데, 1,500미터가 넘는 봉우리만 350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계절적으로도 제한이 있어 보통은 겨울을 지나고 3월초 눈을 보면서 남부 조지아주 스프링어 마운틴에서 출발할 해서 북쪽 끝 메인주에 있는 마운트 캐터딘까지 도착하면 아름다운 단풍을 보는 사계절을 지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힘든 여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걷는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사건 사고에서 큰 위험을 피할 수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저자는 즉흥적으로 시작한 여정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라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같은 식으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트레일을 따라가다가 곰이나 뱀과 같은 위험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거나, 예상치 못한 폭풍설, 한파, 폭풍우로 인해 조난을 당해 죽음을 맞는 경우가 아주 드물지 않다는 사실도 적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발적인 범죄로 보이는 사건에 말려 희생된 사람도 있는데, 워낙이 다니는 사람이 적은 탓에 목격자가 없어 사건이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1921년 몽상가 벤턴 매카이가 아이디어를 만들었는데, 워싱턴의 해사법 전문 변호사이자 실력있는 등산가 마론 에버리를 만나게 되면서 1930년에 첫삽을 뜨게 되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토록 험난한 길을 내는데 자원봉사 인력을 활용하여 7년 만인 1937년 8월 14일 공식적으로 완성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한번에 종주하는 사람을 스루 하이커라고 하는데, 요즈음도 1년에 2000여명이 도전하지만 전코스를 완주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저자 역시 1,392킬로미터, 즉 전체 트레일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정도를 걸었을 뿐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영국에서 활동하다가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저자는 살고 있는 마을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지나는 것을 알고는 종주에 도전할 생각을 하는데, 성공 가능성을 먼저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하겠다는 사실을 친구들은 물론 출판사에 먼저 떠벌인 것을 보면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는 것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성장을 꾀하려는 의도보다는 걸었다는 사실을 포장해서 글을 팔려는 생각이 더 많았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 연락도 없던 고등학교 동창이 느닷없이 동행하게 되는 것이나, 그 동창이 알고 보니 알코올중독에 빠져있었다는데, 자신은 물론 그 동창이 험난한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무모한 여행을 시작한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동창은 트레일을 걷기 시작한 첫날 단지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배낭에 넣었던 의복, 식량 등을 내버리고 말았는데, 이것을 보더라도 두 하이커가 얼마나 계획없이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했는지 알만합니다.

 

이 책에서 몇 가지 배울 점이 있다면, 아무리 짧은 길이라도 산길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관한 모든 것-트레일이 설치된 역사,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 식물, 심지어는 위험까지도-을 알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트레일을 걸으면서 저자가 깨닫게 된 인류의 자연파괴의 역사, 그리고 숲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들에 공감할 수 있다는 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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