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러 민음사 모던 클래식 64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이클 패스벤더,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하는 리들리 스콧감독의 신작 <카운슬러>가 14일 개봉한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서 요약하고 있는 줄거리를 보면, “젊고 유능한 변호사인 주인공(제목 ‘카운슬러’에는 상담역, 고문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변호사’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은 아름다운 약혼녀 로라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련한다. 호화로운 삶에 빠진 타락한 사업가 라이너는 재정 위기에 몰린 카운슬러를 유혹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밀매 사업을 제안한다. 라이너가 소개한 미스터리한 마약 중개인 웨스트레이는 지독한 범죄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카운슬러에게 경고하고, 라이너의 치명적인 여자친구인 말키나는 그들 주변을 맴도는 가운데 운반 중이던 거액의 마약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데…(영화 스토리를 스포일러 시비 때문에 시시콜콜 적기가 눈치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원작 시나리오를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던 클래식은 오르한 파묵의 작품들과 지난해 노벨상 수상작가 모옌의 <개구리>를 통해 만나보았는데, 그야말로 모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을 소개하는 기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영화화된 작품의 원작소설을 읽은 적은 많습니다만, 시나리오 형태로 된 영화의 스토리를 만나게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색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사가 당연히 중심이 되고 있는데,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읽어가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를 먼저보고 시나리오를 읽으면 이미 본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등장인물의 대사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변호사와 약혼녀 로라가 아침을 맞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리뷰를 쓰기 위해서 첫 장면을 다시 읽으면서 매미와 사마귀와 참새에 관한 고사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 젖은 옷을 입고 손에 활을 든 젊은이를 만나게 된 오나라 왕이 그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일찍 뜰에 나갔더니 나뭇가지에서 매미가 한마리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매미의 뒤에서 사마귀 한마리가 살금살금 다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별안간 뒤에서 참새가 한 마리 날아와 사마귀를 물어가려고 했으나 사마귀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들고 있던 활로 그 새를 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 웅덩이가 있는 줄을 모르고 그만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옷이 젖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왕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곧 다가올 화를 몰랐구나.”라면서 웃었고, 젊은이는 “천하에는 이런 예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제나라가 노나라를 치고 그 땅을 얻어 기뻐하였으나 우리 오나라의 공격을 받아 패한 것도 그런 경우입니다.”라고 진언을 했다고 합니다. 젊은이는 왕에게 외교정책에서 주의할 점을 에둘러 이야기한 것이고, 왕은 그점을 깨닫는 듯했지만, 결국은 새겨듣지 못하고 월나라의 공격을 받고 패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변호사는 예쁜 약혼녀와 결혼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팔려서 그 과정이 적절한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결국은 그로 인하여 패가망신을 하고 말았다는 스토리인 것입니다.

 

다시 원작 시나리오로 돌아가서, 시나리오를 읽으면 영화를 보면서 기억하려 애를 쓰다가 결국은 잊어버리고 마는 좋은 대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대목으로는, “여자들은 도덕적 딜레마와 역설의 냄새를 맡지.(33쪽)”라는 대목이나 가톨릭 신자가 아닌 말키나가 성당을 찾아 고해성사를 하는 대목에서 “세상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없습니다.(73쪽)”라고 하는 신부의 대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나리오로 보아서는 미국의 텍사스주의 엘파소와 가까운 멕시코의 후아레스가 주요 무대가 되고 있지만, 변호사가 약혼선물로 다이아몬드를 사는 네덜란드 등을 오가면서 무대가 현란하게 바뀌기 때문에 영화 역시 빠른 호흡으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마약밀매와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신과 복수가 전체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어 긴박하고 보기에도 끔찍한 장면으로 등줄기가 시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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