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품격 -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2
장샤오헝.한쿤 지음, 김락준 옮김 / 글담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리처드 니스벳교수는 <생각의 지도; http://blog.joins.com/yang412/13258160>에서 현대의 동양인과 서양인이 지각하고, 사고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차이들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서양인과 비교대상이 된 동양인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인과 일본인, 즉 동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니스벳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서양사상의 원류로, 공자를 동양사상의 원류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니스벳교수는 서양인과 동양인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동양인들은 작은 부분보다는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사물과 전체 맥락을 연결시켜 지각하는 경향이 있고, (중략) 서양인들은 사물에 초점을 두고 주변 맥락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즉 동양인은 통합적 사고를 그리고 서양인은 분석적 사고를 하는데 익숙해 있다는 것입니다.

 

근대 이전 시기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찬란한 유서가 깊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왔습니다. 다만 근세 들어 급속한 과학의 발전을 이룬 유럽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하여 심지어는 전통을 부정해가며 서구의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일본이 가장 먼저였고, 중국 역시 뒤따랐지만, 우리나라가 가장 늦었던 것 같습니다. 근대 이전 유교는 국가를 통치하는 핵심 사상이었지만, 근대화를 가로막는 봉건적 유물로 부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큰 줄기에서는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만,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 변화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체하기 위하여 공자의 권위를 되살리고 유교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정부가 주도한 바도 있지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무너져 내린 개인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주장이 대두된 바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선도한 사람들이 바로 중국의 최고지성이 모이는 북경대학의 인문학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산업화가 초래한 문제에 대하여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서구적 가치관보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에서 해답을 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북경대학의 그러한 움직임을 담은 책이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인생의 품격>입니다. 중국과 대만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장샤오형과 국학연구자 한쿤은 <인생의 품격>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 북경대 인문학자들의 명언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풀이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요약을 인용하면, “5장 67강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루쉰(노신), 린위탕(임어당), 지셴린(계선림), 펑요란(풍우란) 등 스무 명 남짓한 인문학자와 100여 권이 넘는 고전, 수 백여 명의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한다. 인문학자들의 주옥같은 명언은 공자와 노자, 장자의 가르침, 〈사기〉, 〈한서〉를 비롯한 역사서들과 씨줄과 날줄이 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문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내면을 성찰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저자들이 책에 담은 내용을 보면,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 자신에서 출발해서 타인과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고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을 깨달은 다음에 비로소 리더로서의 품격을 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첫 번째 강의를 북경대학교수였던 루쉰의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 유학하여 센다이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루쉰은 교수들의 편향된 시각으로 고통을 받다가 종국에는 의학을 공부하여 중국 사람들의 신체의 병을 고치는 것보다는 정신을 깨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를 들어라’는 제목의 글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자들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루쉰과 같이 작가적 역량을 가진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의학을 공부하여 사람들의 신체의 병을 고쳐주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마음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포부와 기개가 부족하면 그저 ‘털’만 더듬어 만지고 ‘역린’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도자는 이렇게 소심하고 허약하면 안된다.(111쪽)” 라는 구절은 역린을 건드려 화를 부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과는 다른 해석이라서 놀랐습니다.

 

이 책에서는 “남이 뭐라고 하던 자신의 길을 가라.”는 단테의 말(131쪽)과 기독교가 중세 유럽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통치자가 기독교의 교의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들었다는 말(210쪽)을 제외하고는 모든 금언과 사례들을 중국의 고전에서 취하고 있는 점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는 인문학 공부의 재료를 서양에서 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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