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함께한 여행 - 존 스타인벡의 아메리카를 찾아서
존 스타인벡 지음, 이정우 옮김 / 궁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김영주의 <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 http://blog.joins.com/yang412/13242002>를 읽으면서 건조해질 수 있는 여행기에 다양한 읽을거리를 인용하여 심심할 겨를이 없도록 한 점이 특별하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영주님이 미국의 남서부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오래 전 읽었던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였다고 해서 저도 그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기르던 개 찰리와 함께 미국을 동서남북으로 돌아본 존 스타인벡이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이란 기록을 남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존 스타인벡은 자신이 직접 주거가 가능하게 설계한 차 ‘로시난테’에 애완견 ‘찰리’를 태우고 4개월에 걸쳐 34개주에 달하는 미국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보고 느낀 미국과 미국인의 모습을 <찰리와 함께 한 여행>에 담아냈습니다. 그가 이 여행을 한 것은 58세가 되던 해였으니 1960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미국의 모습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인벡이 미국일주여행을 꿈꾸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내가 내 나라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에 관해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왔다. 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 그 산과 물, 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 간단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던 셈이다. 이른바 작가라면 이것은 범죄에 해당될 일이다. (…) 그래서 나는 다시 내 눈으로 과연 이 거대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다시 발견해보리라 마음먹었다(13쪽).”

 

책을 펴면 먼저 저자의 여행경로를 표시한 미국지도를 만나게 됩니다. 저자가 롱아일랜드에 있는 자신의 별장이 있는 새그항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메인주를 빙돌아 미국의 북쪽에 위치한 주들을 지나 서해안의 시애틀에 도착한 다음, 남하해서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고향인 설리너스에 머물렀다가 모하비사막-프래그스태프를 거쳐 텍사스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이 부딪히는 현장을 지켜보고는 뉴욕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한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정에 관한 저자의 생각입니다. “세상에는 지도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자기 주위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자연 풍경보다는 채색된 지도에 더 많은 주의를 쏟는 것이 기쁨이다. (…) 또 다른 유형의 여행가들도 있다. 그들은 노상 지도상으로 자기네가 어떤 지점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든다. (…)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원래 길 잃은 인간으로 태어났으며 구원받는다는 것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도 않는다.” 물론 저자처럼 발 가는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처지가 부럽기만 한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적, 재정적 고려가 불가피한 대부분의 여행가로서는 효율적으로 여정을 짤 수밖에 없다는 변명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소를 돌아보는 일반 여행가와는 달리 스타인벡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을 재발견하기 위한 탐험여행이었기에 우연히 보통의 미국인을 만날 수 있도록 일부러 큰 도로를 피해 덜컹대는 시골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평범한 미국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생각과 감정, 고민을 발견하고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여러 가지 관습, 태도, 신화, 방향, 변화가 있으며, 이것들 하나하나가 미국이라는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되어 있는 성싶다. 나는 이런 것들을 처음 나의 주의 속에 들어왔던 그대로 논하고자 한다.(83쪽)”

 

제가 참 좋아하던 장소, 배드랜드에 대한 스타인벡의 느낌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승 같은 그 고장을 벗어나려고 나는 줄행랑을 쳤다. 그러자 늦은 오후가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해가 기울어짐에 따라 가파른 산과 협곡, 벼랑과 풍화된 언덕 그리고 작은 골짜기들이 불에 탄 듯한 그 무시무시한 모습 대신 노란 빛과 짙은 갈색으로 선명하게 빛났다. 또한 붉은 은회색이 끊없는 변화를 보이며 그 사이사이 새까만 줄무늬가 스며들었다.(219쪽)” 각각 다른 시간과 날씨에 세 차례 방문할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었던 곳, 배드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조만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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