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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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보면 소설 속의 장면을 마치 그림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 이유를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com/yang412/12935937>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술 특히 그림에 아주 관심이 많았던 프루스트는 평생을 바친 자신의 유명한 소설에 대해 “나의 소설은 그림이다.”라고 했다고 하는데, 파묵은 이러한 점에서 프루스트와 비교할 만한 작가로 헨리 제임스를 꼽았습니다. “헨리 제임스는 ‘내 이야기를 본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서술자를 ‘화가’로 부릅니다. 사건과 거리를 둔 채 그다지 관여하지 않고, 도덕적 고민에도 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임스는 소설 창작은 항상 단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여기고, 자신의 서문과 비평에서 ‘파노라마’, ‘그림’, ‘화가’같은 표현을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또는 은유로 계속 사용한 작가입니다.(오르한 파묵 지음, 소설과 소설가, 109쪽)”

 

리얼리즘 소설의 정점을 보여주었으며 모더니즘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선구자로 평가되는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던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한다. 혼자 걷던 산책길의 오래된 탑 위에, 세차게 펄럭이던 촛불이 꺼진 어둠 속 계단 꼭대기에, 아무도 없는 주방의 창밖에, 한적한 오후 호수 건너편에, 누군가 나타난다. 가정교사는 그 집에 유령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자신이 돌보는 순진무구하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이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호러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유령을 소재로 다루는 것은 읽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사의 회전>은 대표적인 유령소설이자 최초의 심리소설로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몇몇 사람들과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어 듣는 모임에서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화자가 젊은 시절 영국 시골의 고성에서 경험했던 유령에 관한 이야기를 사십년 넘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유는 너무 무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떼는 식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과 후에 뒷산에 올라 이야기꾼인 친구로부터 귀신이야기를 듣는 과정과 아주 흡사합니다. 매일 오후 조금씩 끊어서 연속극처럼 듣던 무서운 이야기는 결국 수학여행갔던 날 밤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 친구는 자정을 치는 시계소리, 심야에 들리는 누군가의 무거운 발자국 소리 등, 효과음을 실감나게 추임새로 넣어가면서 우리들의 심장을 옥죄어가곤 했습니다.

 

어떻든 이 책의 제목이 나사의 회전인 이유를 저자는 “어린아이와 관련된 감칠 듯한 이야기치고 (…) 만약 어린아이 하나가 나사를 한 번 더 죄는 효과를 낸다면, 어린아이가 둘일 경우 (…) 두 번 죄는거죠!(8쪽)”라고 했는데, 나사를 죄는 만큼 감칠맛이 더 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화자가 유령을 처음 목격하던 순간은 긴 하루가 끝날 무렵이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알기에도 유령이 출몰하는 시간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든 작가는 화자가 유령을 목격한 순간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 세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두 개의 탑은 (…) 번드레한 옛 모습으로 보건대 이미 상당한 과거가 되어버린 낭만주의 양식의 복고물이었다. (…) 내 기억으로 이 형상은 청명한 황혼 속에서 나의 내부에 다급하고 선명한 두 가지 감정을 유발했다. 그것은 처음의 놀라움에서 온 예리한 충격에 이어, 두 번째 놀라움에서 온 충격이었다.

 

화자는 마일스라는 남자아이와 플로라라는 여자아이를 맡았는데 화자가 만나는 유령은 이전에 아이들을 맡았던 가정교사 제셀양과 주인이 데리고 왔던 집사 피터 퀸트씨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마치 유령과 모종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화자 이외에 다른 사람들 역시 유령을 보았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화자의 시선을 따라 상황을 상상해가면서 읽어가다 보면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유령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화자의 환상의 결과물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헷갈리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해답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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