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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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기를 마친 오르한 파묵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서양문명에 대한 동경을 엿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유입된 서양문명이 터키의 전통으로 대표되는 동양문명과 충돌하는 현상을 다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얀성;  http://blog.joins.com/yang412/12975968>에서 쌍둥이처럼 닮은 주인공들인 베네치아에서 노예로 잡혀온 학자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학자가 서로의 고향에서 살게 된다는 마무리를 통하여 동서양이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6년 스웨덴 한림원이 파묵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파묵은 고향인 이스탄블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 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216쪽)”고 말한 배경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터키는 지중해를 두고 마주하고 있어 그리스 시대로부터 끊임없이 교류해왔다고 볼 수 있어 문명 간의 충돌이라기보다는 교류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철학, 의학,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의 영역에서 두 지역의 학자들의 연구성과들이 서로 영향을 주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의 충돌을 말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태동하여 유럽으로 건너가 꽃을 피운 기독교문화와 이 지역을 지켜온 이슬람문화라는 종교적 배경이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양과 서양문명의 차이를 가늠한다고 한다면 근대에 이르기까지 교류의 양이 많지 않았던 동아시아 문화와 유럽문화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지역의 경계가 희미해질 정도로 세계는 뒤섞이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의 리처드 니스벳교수님의 <생각의 지도>는 좋은 기획이라 생각합니다. 서론에서 저자는 동양에서도 지역적으로 그 문화에서 다양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은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유교문화권의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과 유럽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생각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 것인지를 찾으려고 했다고 적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함으로써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20쪽)”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가 요약한 이 책의 내용은 1장에서는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를 동서양 사고의 전형적인 예로 들면서 고대 중국과 고대 그리스의 차이를 살피고, 2장에서는 사회적 행위, 특히 자기 개념에서 두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소개하였습니다. 3장에서 6장까지가 이 책의 핵심인데 현대의 동양인과 서양인이 지각하고, 사고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차이들을 비교하였습니다. 7장은 그러한 문화적 차이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살피고 8장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가 심리학, 철학, 그리고 일상생활의 분야에서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다루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최인철교수님께서 니스벳교수님을 사사하면서 공동연구를 진행한 때문인지 한국, 한국인에 대한 연구도 적지 않게 인용되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선물로 주는 볼펜을 고르게 하는 실험에서 미국인들은 대체로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르는 반면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의 볼펜을 고르는 경향을 두고, 미국인들은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하나 한국인들은 늘 남들 정도만 되고 싶어한다고 해석했다고 하는데, 현재의 시점에서 같은 실험을 한다면 저를 포함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희귀한 색깔의 볼펜을 고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즈음 우리사회현상과 관련하여 주목할 대목을 인용합니다. “한국은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전적으로 실패한 체제를 고수해온 나라이다. 따라서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논하는 논쟁이 벌어진다면 모두가 한국의 우월성을 인정할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전통이 없는 한국인에게는 옳은 주장이 결국 승리하리라는 신념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77쪽)”

 

고대 그리스와는 달리 고대 중국이 문화적 동질성이 강했고, 오늘날 중국인의 95%가 한족출신이고 50여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의 대부분이 중국의 서부에 한정되어 거주한다는 주장은 어쩌면 중국의 역사와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기는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동아시아 문화와 서양의 문화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잘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에필로그의 질문에 대하여 저는 서로 융합되어 진일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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