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 소설집
조르주 상드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할머니가 선물로 고른 조르주 상드의 소설 네 가지 가운데 <사랑의 요정(꼬마 파데트로 번역되기도 합니다)>과 <마의 늪>을 싣고 있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며 상드의 작품들은 시기에 따라서 색깔을 달리하는데, 1기에는 주로 연애소설을, 2기에는 사회소설, 3기는 전원소설을 그리고 4기에는 회상록과 프랑스 상류사회의 연애담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사랑의 요정>과 <마의 늪>은 상드가 머물던 프랑스 노앙지방의 민화를 바탕으로 쓰인 것들로 ‘소박하고 한가로우면서도 풍성함이 넘쳐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상드가 삼 두드리는 사람의 구전을 통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마치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거나, 잠자리에서 어머니가 들려주는 동화를 듣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르셀의 어머니가 고른 책은 <프랑수와 르 샹피>였는데, 마르셀은 “엄마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언어의 강력한 분출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모든 잔재주나 꾸밈을 추방하고,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위해 쓰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 말하자면 엄마의 감수성이라는 음역 안에 들어있는 문장들에 적합한 온갖 자연스러운 다정함이나 넘쳐흐르는 부드러움을 표현하려 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마르셀 푸르스트 지음, 김화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I, 민음사 펴냄)

 

<마의 늪>에 대한 작품해제에서 상드는 ‘전원생활에 대한 꿈은 어느 시대에나 도회 사람들의 이상이자 또한 궁정 사람들의 이상’이라 생각하고, ‘문명인을 소박한 생활의 매력 속으로 돌아가게 하는 경향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상드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순박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고 겸양하게 표현했지만, 프루스트는 “조루주 상드의 전원 소설들은 마치 옛 가구처럼 유행이 지난 비유적인 표현들로, 시골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표현들로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요정>은 콕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가운데 동생 랭드리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파데트의 거치 외양 아래 숨겨진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을 찾아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는 성장소설입니다. 콕스지방에서는 쌍둥이를 따로 키우지 않으면 한쪽에 불행이 닥친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건강한 랭드리와는 달리 형 시르비네는 병약했던 탓에 부모와 랭드리의 사랑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데, 어느날 사라진 시르비네를 찾아 헤매던 랭드리는 파테트의 도움으로 시르비네를 찾게 되고, 파데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그 부탁은 성 안도슈 축제일에 자기하고만 춤을 춰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예쁜 마드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랭드리로서는 힘든 부탁이었지만, 심지가 굳은 랭드리는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길 수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동무들이 비아냥거리지만 랭드리는 파데트와의 약속을 지켰을 뿐 아니라 파데트를 놀리는 동네 아이들을 혼쭐을 내주기까지 합니다. 결국은 못생기고 더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파데트가 심지가 굳고 신앙심도 깊은 것을 발견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파데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파데트를 돌보아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던 바르보씨도 파테드의 진면목을 알게 되고 결국은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된다는 해피엔딩입니다.

 

<마의 늪>은 독특하게도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홀바인의 판화 밑에 덧붙여진 오래된 프랑스 사행시, “이마에 땀 흘리며 / 너는 가난한 생활 / 오랜 동안의 일과 피로 끝에 /  보라, ‘저승사자’가 너를 부르고 있다”를 인용한 작가는 소박한 표현 속에 감춰진 깊은 슬픔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무덤의 허무도, 강요받은 체념으로 살아야 하는 농부의 삶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였던 것입니다. 아내가 죽은 다음에도 장인 장모를 모시고 사는 젊은 제르망은 새장가를 가라는 장인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은 청혼을 하러 떠나게 되는데, 일자리를 얻어 외지로 나가는 젊은 여인 마리와 동행하게 됩니다. 아버지를 따라가려 숨어있던 작은 아들까지 어울린 일행은 생각지도 않게 안개 속에서 마의 늪에 갇히게 되고, 밤을 지내는 동안 어린이로만 생각했던 마리에게서 여성을 발견하고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늪의 조화로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해피엔딩 소설입니다. 부록으로는 당시 프랑스 지방의 결혼식 풍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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