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교육 1 펭귄클래식 8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윤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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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 읽은 책입니다. 유예진교수님은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http://blog.joins.com/yang412/13111784>에서 프루스트가 평생 동안 플로베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어머니에게 쓴 프루스트의 편지에서도 플로베르의 <감성교육>의 주인공에 자신을 비유하는 구절을 인용하였습니다. “엄마의 어린 프레데릭은(사실은 엄마의 하나뿐인 마르셀이에요. 엄마가 저와 프레데릭을 혼동하지만 말이지요.) 기침을 심하게 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답니다.(120쪽)” 더 나아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감정교육>과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감정교육>은 프루스트의 소설보다 반세기 전인 1840년부터 1867년까지 30여년 동안 프레데릭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파리의 사교계를 무대로 활동한다는 점, 주인공이 여러 여인들을 거쳐서 사랑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 등입니다. 다만 각각의 주인공이 도달하는 결론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교육>의 주인공 프레데릭은 젊어서 가졌던 야망은 결국 실현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했다는 점을 깨닫고 단순히 추억거리로 간직하는 다소 비관적이면서도 염세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반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은 역시 사교계에, 그리고 사랑에 실망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산화하는 것으로 끝나는 개인의 기억을 모아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조적 활동을 보인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라고 하였습니다.

 

플뢰베르는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내과의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1821년 태어났는데, 법학을 공부하다가 문학으로 길을 글쓰기로 바꾸었지만, 그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1857년에 출간한 소설 <마담 보바리; http://blog.joins.com/yang412/13224230>는 풍기문란죄로 기소되었고, 이국적 소설 <살람보>는 고고학적인 사항의 외형적 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1869년에 나온 <감정교육>은 “내가 읽어본 유일한 역사 소설(에밀 졸라)”, “이 책에 전적으로 굴복한다(프란츠 카프카)”, “슬프고 희미하고 신비로우며, 인생 그 자체와 같다.(테오도르 방빌)” 등과 같은 문학계의 찬사를 받았지만, “왜 이 책은 괴테, 바이런, 샤토브리앙과 같은 작가에 의해 주도된 화려한 낭만주의적 전통을 따르지 않는가”라는 비판도 많았다고 합니다. 1864년 시작한 글쓰기 과정에서 “나는 파리에서 벌어지는 현대적인 삶에 관한 소설에 매달렸다. 난 내 세대 사람들의 도덕적 역사를 쓰고 싶다. 정확하게는 ‘감정적인’ 역사라 함이 옳을 듯…….”이라고 플로베르가 토로한 것처럼 <감정교육>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적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정치적 견해의 충돌과 1848년의 혁명과 같은 극적인 사건들이 전개되는 과정에 등장인물들의 행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플로베르 사후에서야 인정받아 <감정교육>은 플로베르를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소설로서 평가를 받고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주인공 프레데릭의 사랑이 지나치게 변화무쌍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을 꼭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법학공부를 하기 위하여 파리로 올라와서는 학업보다는 사교계를 기웃거리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고, 게다가 상대는 고향으로 가는 배안에서 우연히 만난 아르누 부인으로 오랜 기간 가슴앓이를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진전된다거나, 갑작스럽게 개입하는 사교계 여성 로자네트와의 동거, 그리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재계와 사교계를 주름잡는 당브뢰즈 부인과의 결혼설, 그런가 하면 고향마을의 이웃 소녀 루이즈 등등, 얽힌 여성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곡예를 하는 프레데릭의 애정행각을 뒤쫓아 가기도 숨 가쁘기만 합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결국은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다가 종국에는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품에 남은 여인은 없더라는 식의 허무한 결말에 속았다는 느낌이 진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정치적 격변기에 등장인물들의 정치적 색깔이 감정 혹은 도덕적 행적과 잘 녹아들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당시의 도덕적 역사를 기록한다는 처음 생각에 집중하였더라면 읽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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