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적게 써도 행복해지는 소비의 비밀
엘리자베스 던, 마이클 노튼 지음, 방영호 옮김 / 알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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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사는 3선에 성공한 메르켈 독일총리의 고민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성과를 재는 척도로선 문제가 많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메르켈 행복 독트린’의 근거가 되었던 “‘돈=행복’이란 등식이 꼭 성립하는 것만은 아니다”는 ‘레이어드 가설’이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238737). 인간의 물질적 욕망엔 이른바 ‘만족점(satiation point)’이 있어,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 가설의 핵심인데, 레이어드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기준 1만5000달러(약 1650만원)를 만족점으로 제시했다가 몇 년 전에는 2만 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학 경제학과의 저스틴 울퍼스교수와 베시 스티븐슨교수는 실제 조사해보니 만족점은 존재하지 않더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행복감은 커진다”라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던교수와 마이클 노튼교수의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역시 돈과 행복의 관련성을 소재로 한 17,000건의 논문을 조사했더니 대부분 소득이 늘어나도 의외로 행복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과연 행복을 돈으로 사는 일이 불가능할까?’하는 의문을 두고 연구를 해본 결과 돈을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즉 좀 더 행복한 방식으로 지출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행복한 지출’에 관한 연구를 벨기에부터 동부 아프리카에 이르는 세계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자신들의 이론을 입증하려 노력하였고, 그 결과를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돈만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 주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행복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소득보다는 지출습관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행복을 담보하는 지출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체험을 구매하라, 2. 특별하게 만들어라, 3. 시간을 구매하라, 4.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5.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원칙만을 보면 알쏭달쏭하게 보입니다.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예쁜 볼펜, 근사한 주택 등)보다 체험적인 것(여행, 콘서트 관람, 특별한 저녁식사)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2달러를 쓰던 20만 달러를 지출하던, 물질적 구매보다는 체험적 구매를 하는 경우에 구매자가 후회하는 경우가 적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그 체험이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신나는 체험이라 고 하더라도 언제든 가능한 조건이라면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소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체험으로 바꾸게 된다면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돈이 아닌 시간에 초점을 맞춰야 행복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과중한 업무로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돈으로 보상하는 것보다는 업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소비가 일어나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데, 더하여 당장 돈을 내는데 따른 고통 때문에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추가적인 이익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하여 지출을 하는 경우보다 타인을 위하여 지출하는 경우에 행복감을 훨씬 더 느낀다고 하는데 이런 베풂의 혜택은 두 살도 안 된 아이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에필로그에서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지출을 통해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우선시되는 방법은 먼저 시민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소득을 벌어들이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소득의 분배가 개선될수록 시민들의 행복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부유하든 빈곤하든 시민들의 행복수준은 상대적 소득격차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가의 정책도 앞서 말씀드린 다섯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는 점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감 이외에도 다양한 조언을 참고하면서도 돈을 쓰는 일은 직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을 잘 써서 보다 행복해지는 길 역시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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