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안화수 - 미녀를 탐한 남자들의 종말
천졘화.리스야 지음, 심규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인의 삶에 대한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은 남녀 모두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복잡다단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아서 일까요? 특히 중국은 넓은 땅에 다양한 종족이 살아왔고 역사 또한 장대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전해내려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미인들의 굴곡진 삶을 정리한 <홍안화수>를 읽었습니다. 문학자 천졘화박사와 철학자 리스야박사가 같이 쓴 이 책은 중국 역사를 뒤흔들었던 천하의 절세미인 15명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책의 제목 홍안화수(紅顔禍水)의 의미를 살펴보면, ‘홍안(紅顔)’이란 뛰어난 미모를 지닌 여인을 말하고, ‘화수(禍水)’는 한나라 사람 영현이 쓴 <조비연외전>에 나오는 말로 남자를 미혹시켜 일을 그르치게 하는 여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즉 홍안화수는‘경성경국(傾城傾國)’이란 말처럼 한 성을 기울게 하고, 한 나라에 재앙을 가져다줄 만큼의 미모를 지닌 여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5명의 미인들 가운데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알고 있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가운데 왕소군이 빠진 것에 대하여 따로 설명하고 있지 않아 의외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15명의 미녀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연을 유형별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는 남자의 소유물이 되어 이 남자와 저 남자에게 옮겨 다녔던 녹주, 식규, 하희, 그리고 앵앵, 두 번째는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악녀로 몰렸던 문강, 조비연과 조합덕, 장여화, 이부인, 세번째는 독자의 음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사실을 왜곡한 문학작품의 여주인공 말희, 달기, 그리고 포사, 네 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양귀비와 진원원, 마지막으로 나라와 남자를 위해 자신을 바쳤지만 영웅이 되지 못한 서시와 초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재앙의 씨앗이 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제목과는 다소 의미가 다른 ‘미녀를 탐한 남자들의 종말’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 여인들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묻고, 오히려 이들의 억울한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있는 사연들의 경우에는 관련 자료들을 풍부하게 인용하여 독자들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여인들이 역사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한 나라가 망하는 시점에 등장한다는 점하고, 이 여인들과 인연을 맺은 남자들이 대개는 그 나라의 마지막 군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이 등장한 나라에서는 앞선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던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 백성들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 즉 승자의 기록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저자들은 “동일한 문자로 같은 상황을 한 사람이 묘사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224쪽)”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대 정사의 기록에 누락된 부분이 많이 때문이다.”라고 답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문은 떼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문장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즉 같은 문장을 두고서도 상이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의 예에서도 보더라도 시대적 배경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사연들이 다양하게 전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점에 대하여 저자들 역시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역사라고 해서 무조건 정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가들은 역사를 편찬하면서 모종의 필요나 또는 누군가의 견해로 인해 동일한 인물이나 동일한 형태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평가나 판단을 할 수도 있다.(203쪽)”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제나라 희공(僖公)의 차녀 문강(文姜)의 중혼을 다루면서 “제나라는 중혼(重婚)의 습속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며, 혈연간에 혼인을 올리는 내혼(內婚)도 잔존하고 있었다(156쪽).”고 하면서, 제나라의 일부 지역이 동이(東夷)의 땅으로 주 문화의 세례를 받지 못한 까닭 때문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미인들의 기구한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는 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읽는 재미가 곁들인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