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20년 가까운 옛날 첫 번째 꼭지의 글만 시작해두고서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나이든 분들을 위한 글모음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노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는 꼭 맞춤한 저자가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정리하고 있다는 점과, 이제는 저도 저자의 말씀에 공감이 가는 나이가 되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런 글에 관심을 가져온 탓인지 새삼스러운 내용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이 겹친 묘한 느낌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도 그렇습니다. 저의 관심영역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저자의 업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의 마지막 강의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을 옮긴 이시형교수님께서 원제목 <Enjoy Old Age : A Practical Guide>을 ‘노년을 즐겨라’로 옮긴 것을 살려렸더라면 쉽게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책을 옮기신 이시형교수님도 제가 보기에는 저자와 비교할 만큼 중량감이 있는 만큼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살린 번역이 되어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더 꼬집는다면 각장의 끝에 더한 옮긴이의 생각이 오히려 책읽기의 흐름을 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책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하신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은퇴시기를 예측하고 있었더라도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하는 철저한 삶을 사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은퇴의 시점에 이르면 당장 내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난감한 느낌이 들면서 일단 쉬면서 생각해보자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년이 되면 은퇴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전히 암중모색이지만 말입니다. 오래 전에 지방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할 적에 나이드신 분들을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치매를 진단하고 예방과 치료를 안내하는 일을 맡았는데, 저를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특별난 일상이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지나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저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키너 교수님은 먼저 노년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본 다음에 노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약해보면, 우선 노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년의 삶을 풍성하게 하려면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하고, 자신의 지난날과도 교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명확하게 생각하고, 바쁘게 지내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권고에 그치는 것만 아니라 기분 좋게 지내는 법도 알려줍니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어느 날 찾아올 것이 분명한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은퇴할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경험한 방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일하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제가 공부한 분야는 국내 여건에서 제대로 펼쳐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요즈음 조금씩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기반을 조성하여 일을 맡을 수 있는 후배에게 전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는 조금씩 일을 도와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되겠지요. 스키너교수님이 말미에 따로 정리하고 있는, 나이든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점 가운데 다음 구절이 제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것은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지만, 젊게 행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237쪽)”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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