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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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부서 워크숍에서 교양강좌의 한꼭지로 책읽기에 관하여 발표를 하면서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이야말로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책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고착되는 법이 없이 살아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기 곁에서 호흡하며 몸을 뒤척이고 있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책이 주는 균형감각이다. 한두 권의 책을 읽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책을 섭렵하고 얻은 지식은 지혜가 되어 삶을 보는 균형감각을 준다. 여기에서 말 그대로 건전한 비판의식이 싹튼다. 또한 고전이나 문학작품은 조악한 이론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의 진경들을 펼쳐 보인다. 이것은 사이비 이론, 남이 불러준 이론, 한두 권의 책에 경도된 이론을 ‘물리치는 독서’를 가능케 해준다.(21~22쪽)”

 

마음산책의 대표로 책을 만드는 일을 26년째 해 오신 정은숙님의 <책사용법>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읽는 이에 따라서 제각각일 수 있겠습니다만, 다양한 책을 섭렵하여 나름대로의 균형을 맞춘 판단기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은, 2008년 우리사회를 거대한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던 제2차 광우병파동을 건너오면서 절감했던 안타까움에 대한 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 http://blog.yes24.com/document/7410278>의 저자 김병완님은 3년에 1,000권의 책을 읽어야 문리를 깨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만, 정은숙 대표께서는 일주일에 1권꼴로 한 20년쯤 읽어서 1,000권 정도 읽게 된다면 족하지 않겠느냐 하십니다.

 

<책사용법>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책을 왜 읽는가’하는 질문에서부터 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작가와 독자의 시선에서 책세계에 숨어있는 비밀을 귀띔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화, 치유, 오락, 지식, 인간학으로서의 기능에 더하여 더 ‘깊이’ 알게 해주거나 감성을 일깨워주는 기능까지 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는 책의 사용에 대한 많은 길들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를 많이 삽입하여 독자가 직접 그 책들을 찾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에서 어슴푸레 우리 책읽기의 외연을 넓힐 수 있기를 감히 꿈꿔본다. 나는 이 책읽기를 통해, 또 책을 사용하면서 얻은 많은 진실을 전해보려고 행간에 꿈을 심는다.”라고 저자가 책갈피에 적은 것처럼 <책사용법>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무엇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가 된다는 말씀을 가끔 적곤 합니다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인용한 주옥같은 구절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 그 책을 찾아 읽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꼬리를 무는 책읽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군요. “책을 읽으면 또 다른 길이 보인다. 그래서 그 길을 가다보면 새로운 책에 대한 표지가 보인다. 책에서 길을 찾고 또다시 책으로 간다. 책의 사용은 바로 그런 의미이리라.(14쪽)”

 

이 책을 읽고서는 저자의 희망대로 꼭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그 중에서 으뜸은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다름 구절 때문입니다.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이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167쪽)”

 

그리고 빌브라이슨이 쓴 <나를 부르는 숲>도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은 저자가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뒷산에 올라, 산속에서의 보행이 현실에 대한 잡사들을 갈무리해주고 바로 보게 하는 행복한 경험을 안겨줄 것으로 믿게 되었다니 얼마나 유혹적인 독서권유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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