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탈로 칼비노는 <왜 고전을 읽는가; http://blog.joins.com/yang412/13094688>에서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혼신이 녹아들어간 고전에는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43년 전에 처음 읽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 학기말 방학 중에 읽었는데, 독후감을 줄거리만 간략하게 요약하고서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해방 후 한국에 밀려든 풍조를 날카롭게 파헤친 <자유부인>의 풍조에 유사하다고 할까?” 보바리부인을 자유부인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자유부인>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게 된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다시 읽기 위한 준비작업입니다. 프루스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는데, 당시 프랑스 사람들이 사는 모습, 특히 남녀간의 관계에 눈길이 가는 것은 요즘의 세태와 비교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 옛날에는 줄거리를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공부에 열심히던 학생 보바리는 의사가 된다. 자기 어머니의 권고로 듀빅부인과 결혼하지만 실패, 우연히 왕진갔던 루올 노인의 딸 엠마와 결혼한다. 그녀는 또스또에 싫증을 내고 용빌르로 이사간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레옹과 서로 알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엠마는 별로 반응이 없으므로 루앙으로 떠난다. 그녀는 레옹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을 알고 실의에 빠진다. 이때 르돌프가 나타나 유혹해서 그녀를 함락한다. 그때부터 그녀는 뤼르와 채무관계를 맺게 되어서 조금씩 더 많은 돈으로 늘러나게 되었다. 르돌프가 그녀를 버렸을 때 자살하려 했지만 죽지 못하고 심한 병을 앓는다. 샬르는 그녀를 위하여 루앙에 가서 오페라를 구경시켜 준다. 그때 다시 레옹을 만나 멤마와 또 어우러지게 되었다. 그때는 이미 채무관계 액수가 너무 많아져서 차압을 당하게까지 되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옛 애인들을 찾아 돈을 융통하려 하지만 실패, 죽고 만다. 후에 샬르도 그녀와 연인들 간의 뜨거운 편지를 보고 자살하기에 이르고 만다.” 촌스러운 글솜씨지만 줄거리를 그럴듯하게 요약한 것 같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용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엠마의 불륜행각이 소방대장 비네의 눈에만 띄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특히 애정행각에 눈이 먼 엠마가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로돌프를 만나러 다닌 것을 고려한다면 말입니다. 비네 역시 불법 사냥 중이었기 때문에 엠마와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는 것으로 그려 스토리를 단순하게 한 것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발표되면서 법정소송으로 번지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정도 수준(? 사실 요즘 세상과 비교해보면 주간지에나 날까 싶기도 합니다만)의 연애사건이 충격적이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무심함에 마음이 시들해진 엠마를 유혹하는 로돌프가 화려한 연애경력을 가진 것으로 그려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용빌 같은 시골에서도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애정행각이 보편적이었던 것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엠마가 감성적 성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쟁이를 진 엠마의 남편 샤를르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사건일 수밖에 없었을 터이나 아내에게 충분한 관심과 애정표현을 아낀 것이 불찰이라면 불찰이겠습니다. 그나저나 샤를르나 엠마가 딸 베르뜨에 대하여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엠마와 샤를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직접적인 계기는 엠마의 불륜행각보다는 그로인한 낭비과 두 사람 모두 철저하지 못한 재무관리 때문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입니다. 엠마의 애정행각을 작가가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