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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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공부해보겠다고 팔을 걷고 나서서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중모색인 것 같습니다. 과학분야에서 일하다보니 특히 철학부문은 거의 앎이 없다시피 해온 까닭에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개론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리뷰에 적기도 했습니다만, 드디어 저의 생각에 꼭 맞는 느낌이 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로제 폴 드르와의 <처음 시작하는 철학>입니다. 철학의 전체를 다룬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인도하기에 충분한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을 골라 그분들의 삶과 대표적인 철학적 사유를 정리하였습니다. 시대별로는 그리스, 중세 및 르네상스시대, 고전주의시대, 계몽주의시대 그리고 현대로 구분한 것 같습니다. 모두 열아홉 분의 철학자들과 그리스시대의 스토아학파에 속하는 제논,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묶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대별 대표적 철학자들을 고르다보니 일종의 통사(通史) 형태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옮긴 박언주교수님은 “이 책의 취지는 서양철학사에 대한 한 편의 화려한 파노라마도 아니고, 전문 철학 참고서가 되고자 함도 아니다. 철학이라는 것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전무한 독자들, 단 진리 추구 모험에 동참할 의지만은 마음 한구석에 늘 안고 사는 독자를 철학에 가장 쉽게 접근하게 한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어찌 보면 진부한 목적에서 출발한 책이다.(347쪽)”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나이에 상관없이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라고 들어가는 말의 서두에 적은 저자의 집필의도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저자는 시대별로 구분된 철학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요약하였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그리스 철학을 요약하여 “최초의 철학 행위는 일정한 체계에 따른 진리추구였다. 철학은 시적 언어, 즉 잠언이나 직관적 방식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를 파기함으로써 이루어졌다. (…)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그 이후 플라톤이 등장하면서 철학의 언어는 변화를 맞이한다. 신화의 언어가 증명과 논거, 개념의 분류와 논리적 절차를 통해서만 가늠되는 진리추구에 그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22쪽)” 저자가 플라톤을 이 책에 처음 등장시킨 이유를 간접적으로 깨닫게 되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일단 어렵기만 한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도록 쉽게 풀어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읽다보면 눈길을 끄는 구절이 많습니다만, 이런 부분에 표시를 달았습니다. “행복은 우리 손닿는 곳에 있다. 행복은 다가갈 수 없는 목표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는 쓸데없는 두려움과 잘못된 생각, 오류화 방황만 폐기할 수 있다면 언제나 가능하다. 철학은 행복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다. 철학은 인간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묘약이다. 제대로 확실하게만 처방하면, 우리는 이 약을 통해 단순하고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53쪽)” 기원전 4세기 후반에 아테네에 살았던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회오리바람처럼 불어지나간 ‘힐링’에 이어 떠오르는 화두가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 행복을 누가 가져다줄까 궁금했는데, 철학이 바로 답이라는 것을 2,500년 전에 가르치고 있었군요.

 

이 책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나름 들어본 이름이기도 합니다만, 역시 철학의 깊이가 부족한 탓에 생소하다는 느낌이 드는 철학자도 두어 분 있었다는 무식한 고백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증장인물아 철학적 사유를 완성해가는 과정까지도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어 이해를 더할 수 있고,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하여 그 분을 이해하기 위한 대표작을 필독서로 추려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간략하게 서너줄로 그의 철학을 요약하고, 이어 논할 철학자에게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도 요약하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철학이란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며,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체에 걸러 꼼꼼히 검토하여 지속 가능한 견고함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11쪽)”는 구절을 새기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값어치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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