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문 밀레니엄 북스 22
앙드레 지드 지음, 김동호 옮김 / 신원문화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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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뒤쫓는 책읽기의 일환입니다. 유예진교수님은 <푸르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http://blog.joins.com/yang412/13111784>에서 앙드레 지드와 마르셀 프루스트를 연결하는 고리가 크게 두가지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두 사람이 모두 동성애자였으며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던 동성애 행위를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스완네집 쪽에서’의 출간을 거절했지만 후속작을 출판한 누벨 르뷔 프랑세즈라는 문예지의 창간인이자 출판인이 앙드레 지드였다고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동 시대를 살았던 지드의 작품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인용했을 법도 합니다. 특히 '소돔과 고모라‘편에서는 노골적인 동성애를 묘사하고 있는 푸르스트였고, 지드 역시 남색을 다룬 소설 <코리동>, <씨앗이 죽으면>, <위폐범> 등을 발표한 바 있음에도 프루스트는 지드의 작품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루스트와 지드의 작품세계를 비교한 텍스트를 읽기 위하여 지드의 <좁은문/전원교향악>을 읽게 되었습니다. <좁은문>은 1909년에 <전원교향악>은 1919년에 각각 발표된 작품입니다. <좁은문>은 ‘좁은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써라“라고 한 누가복음 13장 24절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좁은문의 주인공 제롬은 두 살 연상인 외사촌 엘리사를 사랑하지만, 엘리사의 동생 쥘리에트가 중간에 끼어드는 바람에 엘리사가 한발 물러서고, 이런 정황을 알게 된 쥘리에트가 다시 양보하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결국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엘리사가 죽음을 맞는 비극적 결말에 이르기 됩니다.

 

옮긴이는 작품해설을 통해서 엘리사가 제롬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기가 제롬보다 나이가 2살 위라는 것, 그래서 자기는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 둘째, 자기 동생 줄리엣이 제롬을 사랑하고 있다는 배려심, 셋째는 자기가 결혼하면 혼자 남는 아버지에 대한 염려, 넷째, 불륜에 빠진 자기 어머니에 대한 실망에서 오는 충격”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줄리엣이 제롬에게 빠져 있다는 정황을 충분히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달아난 다음 홀로 된 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다고 하였는데, 제롬은 이 양친이 모두 세상을 떠난 상황이기 때문에 둘이서 같이 모셔도 될 상황입니다. 엘리사가 연상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프랑스사회에서 연상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좁은문>보다 앞서 발표된 조르주 상드의 <사생아 프랑수와; http://blog.joins.com/yang412/13190187>에서 이미 두 살 정도의 연상녀가 사회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입니다.

 

다만 <사생아 프랑수와>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근친상간이 오히려 문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사촌이라면 비교적 가까운 친척이라고 볼 것입니다. 인륜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육체적인 쾌락과 지상 위에서의 행복을 종교적인 차원으로 높임으로써 사랑을 한층 더 애절하고 절실한 존재로 창조해냈다고 하는 평가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연히 만나게 된 불쌍한 처지에 놓인 농아 제르튀르드를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돌보는 과정에서 연민이 사랑으로 변하게 된 목사님은 아들 자크가 제르튀르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르튀르드가 사랑한 것이 자신이라는 고백을 듣게 됩니다. 진퇴유곡이라 할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은 제르튀르드가 죽음을 택하고 마는 비극으로 치닫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과연 ‘인간에서 출발해서 사랑으로 승화한 한 편의 전원시’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은지 따져볼 일이 아닐까요?

 

프루스트와 지드는 어릴 때 병약했던 것까지도 닮은 점이 많은 작가였음에도 작품세계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그 점은 다시 공부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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