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 역사기행 - 지하철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다
로랑 도이치 지음, 이훈범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연구과제를 맡아 베르린과 런던 그리고 파리를 방문했던 것이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과제준비에 정신을 쏟느라고 도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파리는 마지막 방문지였기 때문에 하루를 더 머물렀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7664069). 루브르박물관을 보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센강을 따라 시테섬에서 에펠탑까지 왕복하면서 구경하는데도 하루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찾아가기 위해서 길눈을 뜨는 정도로 훑어보는데 만족하였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찾아가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북스 리뷰어로 선정되어 처음 받은 책이 로랑 도이치의 <파리 역사기행>입니다. 7년 전에 읽었더라면 파리의 속살을 들여다보는데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아쉽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의 독특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1세기에서 시작해서 한 세기 단위로 파리에서 눈여겨볼 곳을 고르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하여 정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리 지하철은 깨끗하고 이용이 편리하게 되어 있어 공항을 왕복할 때를 제외하고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볼 일을 보았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7639895). 간단하게 요약하면 지하철을 타고 가는 파리판 문화유산답사기-덧붙이면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하는-라고나 할까요?
파리의 역사를 안내하는 역사학자 로랑 도이치는 1세기 무렵의 센강의 중지도인 시테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최근에 읽은 <지중해신화; http://blog.joins.com/yang412/13181355>에서 고대 골(프랑스의 옛 명칭)에 거주한 갈리아 켈트인의 신화를 읽은 적이 있어 내심 친숙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골루아라고 부르는 프랑스 사람들의 조상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 아스테릭스는 프랑스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고, 우리에게까지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치 박물관의 도록처럼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지도가 있어 지하철을 타고서 쉽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과 같이 직접 찾아가본 곳은 반갑고 정말 골목길에 숨어 있는 볼거리는 다음에 꼭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 미제라블 4,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 http://blog.joins.com/yang412/12982807>에서 시민군이 근왕군에 맞서 시가전을 벌이는 장소인 생 드니거리가 기원 250년 기독교를 포교하기 위하여 이탈리아에서 파리로 왔다가 순교한 최초의 주교 드니(이탈리아 이름은 디오니시우스였다고 합니다.)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리의 도로가 주먹크기의 네모난 돌로 포장되어 있던 것도 신기했는데, 이런 도로포장기술이 이미 3세기 때 부터 개발되어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727/pimg_761535117879231.jpg)
그리고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역사적 장소들이 시테섬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파리의 중심이 바로 시테섬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파리를 찾았을 때 루브르박물관 근처 좁은 골목에 있는 작은 호텔에 묵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12세기 프랑스를 다스렸던 필립 오귀스트왕은 파리를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성곽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파리의 중심은 시테섬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쌓은 성곽은 세월이 흐르면서 부서지고 무너져 흔적만 남은 것은데, 이렇게 남은 흔적을 마저 없애고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성벽의 흔적을 건물의 일부로 삼은 프랑스사람들의 발상이 깜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파리의 성곽은 서울성곽과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북악과 남산이라고 하는 천연의 방어벽이 있어 일제침략기에 시가지를 넓히느라 의도적으로 부순 곳도 적지 않지만, 이런 고난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옛모습을 전하는 곳이 많이 남아있어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곳을 그대로 보존하는 파리와는 달리 성벽이 없어진 곳에 서있는 건물을 부수고 성벽을 복원하는 것이 우리 방식이라는 점일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눈에 띄는 볼거리도 많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파리의 속살이라고 할 문화적 유적을 그것도 지하철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파리판 문화유산답사기’를 글제목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