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 어느 경제학자의 미 대륙 탐방기
마이클 D. 예이츠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미국식 모텔은 우리나라에서 여관에 해당되는 숙박업소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여행자가 묵는 숙박시설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모텔하면 여행자들이 신세를 지는 곳이기 때문에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는 당연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국을 여행할 수 있는 안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의 생각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 여행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방랑벽을 꾹꾹 눌러가며 정년이 될 때를 기다렸던 경제학 전공 교수가 55세에 정년을 하자마자 미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살아본 발자취를 정리한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는 옐로우스톤과 같은 국립공원도 있고, 뉴욕과 같은 대도시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진보적 성향을 반영하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노동문제 그리고 자연환경의 파괴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미국 펜실베니아의 포드시티가 고향입니다. 피츠버그 대학의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던 중 시작된 베트남전의 징집을 회피하기 위하여 석사학위도 없이 대학의 존즈타운 캠퍼스에 강사에 지원하여 임용되어 55세 정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분위기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요즘에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은퇴를 결정할 수 있고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55세가 되는 해에 부부가 같이 미국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입니다. 단지 구경하러 간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숙박시설에 근무하기로 한 것입니다. 옐로우스톤은 와이오밍주에 있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간헐천이 유명하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구역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공원 안에 몇 곳의 숙박시설이 있는데, 겨울철에는 폐쇄되며 여름철 성수기에 사용하려면 겨울이 끝날 무렵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답니다. 사실 저도 사전에 충분하게 조사를 하지 못했던 탓에 전체 여행일정만을 고려하다보니 정작 빠트리지 말아야 할 곳을 지나친 곳도 있고, 꼭 보아야 할 간헐천도 그야말로 우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4개월 동안 보낸 옐로우스톤에서 주로 상주근무자들의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한 경험담을 풀어놓고 있을 뿐, 정작 옐로우스톤 방문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옐로우스톤에서 생활을 마치고서는 <먼슬리 리뷰>라는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기 위하여 뉴욕 맨하탄으로 옮기게 되는데, 맨하탄에서 살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맨하탄에서의 일상을 적고 있지만, 역시 이곳과의 인연도 그리 깊지 못했던 모양으로 마이애미비치에서 짧은 체류를 거쳐서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로 두 아들과 함께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주변 환경과 볼거리들을 적고 있습니다만, 주요 관심사인 인종적 불평등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포틀랜드에서의 생활도 1년을 조금 넘기는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시 미국의 서부지역을 돌아보는 여행에 나섰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여기에서 이 책의 제목과 연관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는 생활에서 얻은 모텔 찾기와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 등입니다. 제 경우는 한국에서 가지고 갔던 가스버너와 전기밥솥을 주로 활용하여 밥을 해먹는 방식으로 여행을 했습니다만, 저자는 휴대용 전기전열기를 사용하여 조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가스버너를 사용할 때는 음식냄새보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늘 마음을 졸였는데, 저자가 사용한 전열기는 모텔의 전기료에 부담을 준 셈이 될 것 같습니다.


이하에서 다시 찾은 마이애미비치에서의 생활과 텍사스를 거쳐서 중서부지역을 방문하여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미국여행에 대한 정보를 기대한 독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였을 뿐 아니라 노동문제나 불평등문제 혹은 자연보호에 관한 이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고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몇 장의 흑백사진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번역에서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래도 책읽기를 마치면 무언가 남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그 무언가를 정리할 기회를 마련해볼 생각이란 말씀도 덧붙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