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신화 지중해 국가정보 시리즈 5
지중해지역원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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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국어사전에 따르면 신화(神話)란 “어떤 신격(神格)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설화로, 우주 및 세계의 창조, 신이나 영웅의 사적, 민족의 기원 같이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신화를 억압된 관념의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고, 융은 한 걸음 나아가 신화에 집단의 무의식이 녹아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민족에는 전승되어오는 천지창조신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고조선의 건국과 관련된 단군신화가 전해온다는 주장에 대하여 고조선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하여 신화로 포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신화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구전으로 전해오면서 새롭게 해석되거나 새로이 보태지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민족의 이동과 접촉과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집단들이 유사한 신화를 가지기도 하고, 배경이 서로 다른 신화가 융합되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에서 펴낸 <지중해의 신화>는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 사이에서 전해내려온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부로 구성된 내용의 1부에는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소아시아의 터키의 신화를 다루었고, 2부에서는 유럽의 그리스, 로마,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의 신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화의 요약된 줄거리를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신화를 구성하는 요소라거나 민족들의 접촉에 따란 신화의 변화를 주로 다루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이집트 신화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신들의 이름도 생소하고, 복잡해서 산만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혹은 지역에 따라서 등장하는 신들이 다른데 이는 인접한 민족의 신화가 녹아들면서 생긴 것으로 이해된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터키의 신화는 그 뿌리가 돌궐족에 닿고 있다고 합니다. 돌궐제국을 구성한 튀르크족이 멸망하여 흩어지면서 아제리족, 카자흐족, 키르기즈족, 투르크멘족, 알타이족, 투바족, 하카스족, 아쿠트족 등 유라시아대륙 전반에 흩어져 살게 되었다고 하는데, 터키족은 중앙아시아에 건설된 셀축제국이 서진하여 아나돌루반도에 이주하여 성립한 오스만제국의 후예인 것입니다. 따라서 터키족의 신화는 튀르크족의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습니다.

 

튀르크족의 천지창조신화는 ‘세상은 하늘도 땅도 없는 하나의 바다였다.’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바다를 날면서 쉴 곳을 찾던 탄르 윌겐은 바다에서 솟아오른 돌 하나에 머물게 되었고, “있어라 땅이여!”라고 외쳐 바다로부터 땅을  창조하였다. 이어서 “있어라 하늘이여!”라고 외쳐 땅을 창조하였으며, 이어서 생물을 창조하는데 6일이 걸렸고 7일째 잠들었다고 합니다. 튀르크족 가운데 최초로 기록을 남긴 돌궐족의 종족기원설화에는 몰살당한 마을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년이 이리와 합하여 이리가 잉태하고 열명의 아들을 낳은 것이 돌궐족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들이 튀르크족의 기원설화들을 인용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거주지들이 한민족과 한국어의 기원과 형성에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알타이계 민족들의 무대라는 점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에게도 알려진 프랑스의 인기만화 아스테릭스는 고대 골(프랑스의 옛 명칭)에 거주한 갈리아 켈트인의 신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골신화에는 산, 나무, 강과 같이 특정한 곳에 머무는 정령이나 조상신들로 구성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서쪽이 만나는 중요한 통로였기 때문에 신화 역시 다양한 문명이 교차한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토착 민간 신앙은 물론 그리스의 헤라클레서 신화, 게르만족의 하나인 고트족의 신화, 그밖에 이슬람이나 기독교 성서의 내용이 신화와 결합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그리스신화는 기원전 15세기로부터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기원후 4세기에 이르고 있는데, 등장하는 많은 신들 가운데 누구도 전지전능하거나 초월적이거나 세상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유일신을 믿는 종교와는 다른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새롭게 번안, 각색되며, 계속 반복되어 생동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문화권 내부의 상이한 집단들 간의 독자성, 대립, 충돌을 반영하는 것이며, 고대 그리스국가들의 정치적 현실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신은 인간처럼 사물을 똑 같이 느끼고, 양자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은 인간과는 달리 불사의 행복과 권능을 가진 존재인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이야기 중심의 신화를 소개하기보다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신화를 민족들의 관계사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인지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만, 신화의 성립과 변천과정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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