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즐거움
임희택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읽기도 특정 분야를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의 책읽기는 ‘기억’에 몰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만, 최근 탈리 샤롯의 <설계된 망각>,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야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이어 임희택원장님의 <망각의 즐거움>입니다. 망각의 의미는 <설계된 망각>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많이 정리가 된 셈입니다. 즉 인간은 긍정적 기대, 즉 낙관편향이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는데, “낙관편향은 미래에 틀림없이 닥쳐올 고통과 고난을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보호하고, 인생의 선택권을 제한된 것으로 보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 줄 것이다. 이런 낙관편향을 유지하기 위해 뇌는 무의식적 망각을 설계해두었다. 그 결과,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면서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져 행동하고 생산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탈리 샤롯지음, 설계된 망각, 16쪽)”고 정리하였습니다.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임희택원장은 만병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망각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망각의 즐거움>은 스트레스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관하여 저자가 알게된 몇 가지 사실은, 첫째, 몸과 마음은 생각했던 것보다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 둘째, 잊어버린다는 것이 기억하는 능력보다 인간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 셋째, 우리를 강력하게 붙잡아두는 신념이나 원칙, 진리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등입니다. 스트레스에 관한 문제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망각의 중요성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생각은 기억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생각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고통을 불러오는 것인데, 이를 버린다면 고통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에서 찾아낸 구절,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고 모든 속박으로부터 그대 자신을 해방시켜라. 그리고 존재하라(33쪽)”가 바로 정답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2장을 통하여 망각의 효능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스트레스의 기전에 대하여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는 개인의 심리적 환경에 달려있다.’고 전제하고, 승화, 억압, 투사, 전위, 합리화, 반동형성, 그리고 퇴행 등 일곱 가지의 기제를 가지고 스트레스에 대처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 욕망, 개인화, 비교, 불만, 그리고 분노 등을 잊어야 생각으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서문의 말미에 “솔직히 말하자면, 망각은 어떤 면으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자신이 온전하게 망각하면서 살아보았더니 몸과 마음은 확실하게 편안해졌지만, 기억력이 떨어지고 나태해지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적절한 망각이 해답이라는 것입니다. 적절한 망각이란 바로 몰입인데, 몰입은 망각과 기억 사이의 중용이라고 보았습니다. 특정사안에 몰입하는 경우에 다른 것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몰입은 완전한 무지도 아니고, 너무많은 생각도, 잡념도 아닌 어느 하나에 집중함으로써 얻는, 없음과 많음의 적절한 알맞음이다.(272쪽)“라고 정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자의 생각이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방대한 책읽기에 놀라게 됩니다. 책의 말미에 17종의 참고문헌 목록을 정리해두었습니다만, 그밖에도 헤아일 수 없는 다양한 경구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인용문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인용문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자칫 논점이 흩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는 점입니다.

 

정리해보면, 기억을 바탕으로 한 생각에 매달리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데, 망각도 그 해결방안의 하나일 수 있지만, 기억과 망각의 중간이라 할 수 있는 몰입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망각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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