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든 리빙스턴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세 번째 책입니다.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그는 참 매력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상담을 원하는 분들에게 다른 치료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삶이 주는 고통에 대하여 위로받고 명쾌한 해답을 듣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치료철학을 함축하고 있는 구절을 발견하였습니다. “삶은 때로 우리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주고 시간과 운명의 무거운 짐을 견디어낼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도움을 주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위안을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44쪽)” 이런 그의 철학은 두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고통을 겪었고 베트남전에서 많은 죽음을 직접 목격하였기에 얻은 것이라서 더욱 절절한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은 보통 소크라테스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심리치료사는 적절한 질문을 던져서 상담을 받는 분들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치료사가 특별한 조언을 해주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치료사들이 그런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신과의사로서 그는 상담하고 약물을 처방하는 전통방식의 효과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가 변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만 변화의 물꼬를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수면제를 처방하기보다는 원인을 먼저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잠드는 것’을 환자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낮추게 되면 초조한 기분이 사라지면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약물보다는 상담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방식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찾았습니다. “만일 각종 매체들이 우리가 언제 어디서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두려움을 자극하면 스테이크를 먹는 즐거움을 거부하게 될 것입니다.(135쪽)” 바로 2008년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렸던 제2차 광우병파동의 핵심을 짚은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쇠고기를 먹지 않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소가 처음 발견되었을 무렵 아마도 2004년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국립환경보건연구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만났던 분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확산된 가능성과 쇠고기를 먹는 문제를 물어보았지만, 큰 문제가 될 것 없다면서 쇠고기 먹는 것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도축시스템이 그때보다 더욱 강화된 시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기회가 더 적을 우리나라에서 더 요란을 떤 셈입니다.

 

나이들어감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나이먹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늙어간다는 사실을 죽음만큼이나 두려워하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도 우리 처지를 말하는 것 같은 재미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회에 존재하는 세대간의 갈등을 감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노인들의 느린 동작과 무능함에 대한 농담들, 운전에 부적합한 나이가 얼마인지를 놓고 벌이는 토론, 나이를 근거로 한 폄하와 차별 등에서 언젠가 자신들도 늙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179쪽)”

 

“바로 그 늙은이들이 없었다면 자네 같은 젊은이들도 없었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알려주고 싶습니다만 저자는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그때의 젊은이들에게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확연하게 드러난 우리사회의 세대간의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옮겨보았습니다.

 

인생은 시행착오에 의한 학습의 결과이고, 지나간 잘못과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개선과 변화를 시도할 수 있기에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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