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뻔뻔한가 - 부도덕한 특권 의식과 독선으로 우리를 욱하게 하는 사람들
아론 제임스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살다보면 무례하고, 잘난 체하고, 뻔뻔하기까지 한 사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뇌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를 해주시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뻔뻔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치열하게 싸운 적은 없으신지요. 아니면 ‘X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하시면서 상대조차 하지 않으시는지요. 저도 그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싶은데, 막상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면서 저 자신은 남에게 그런 상처를 준적은 없는지 절로 돌아보게 됩니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부를 마땅한 말을 찾기가 어려운 이런 사람들을 심층분석하고, 상대하는 방법도 안내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아론 제임스교수가 쓴 <그들은 왜 뻔뻔한가>입니다. 이야기들을 묶은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1장 무례하고 잘난 체하고 뻔뻔한 사람들, 2장 어딜 가나 이런 사람들 꼭 있다. 3장 전혀 새로운 골칫덩이들이 몰려온다. 4장 그들은 욕먹어도 싸다. 5장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6장 자본주의가 위험하다. 7장 현실을 인정하면 희망이 보인다. 등입니다.

 

원저의 제목은 <Assholes: A Theory>입니다. 직역하면 항문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는 우리말을 찾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골칫덩이’로 했다는 옮긴이의 고충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왔던 해리가 부르는 ‘빵꾸똥꾸’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적당한 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골칫덩이를 정의하고 그들의 행위를 분석하고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어서 흥미롭기까지 합니다만, 아쉬운 점은 골칫덩이를 조금 더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겠다 싶습니다. 예를 들어. 습관적으로 새치기를 하는 사람, 걸핏하면 대화의 흐름을 끊는 사람, 도로에서 곡예 운전을 하는 사람, 집요하게 다른 사람의 잘못만 강조하는 사람, 본인의 무신경한 태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당했다고 여겨질 때는 극도로 민감하게 구는 골칫덩이, 즉 개념없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1. 스스로 특전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조직적으로 그렇게 한다. 2.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3. 이러한 특권 의식으로 다른 사람의 불만에 면역되어 있다.(21쪽)“

 

저자는 미국에 특히 골칫덩이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저자가 골칫덩이라고 콕 짚은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애플신화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글러스 맥아더, 랄프 네이더 등등 저자의 골칫덩이 명단에 오르지 못하면 명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골칫덩이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존재를 드러내려는 독설가들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송가에서도 독설을 무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서 이슈를 생산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주는 식으로 급부상하는 골칫덩이들을 보고 흉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무언가 잘 못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겸손한 한국인, 눈에 띄는 미국인’이라고 제목을 달 정도로 한국에 대하여 호의적인 것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골칫덩이를 대하는 좋은 방법은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일단 우리 자신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개인적 차원의 골칫덩이 대처법은 많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체념하거나 저항하는 방법도 최선이 될 수 없는 것은 웬만하면 그들을 피할 수 없는데다가 당신이 피한다고 골칫덩이가 당신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핵심은 자신만의 태도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에픽스테토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만약 누군가 너를 무례하게 대하거나 너에 대해 나쁜 말을 했다면 그 사람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176쪽)” 결국 자신이 꼬투리를 제공한 셈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길이 보인다는 것인데, 그 길이 무엇인지는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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