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전편(http://blog.joinsmsn.com/yang412/13162772)에서 일어났던 엘레강스와 에니시테 살해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살인자는 이들과 같이 일하는 동료 세밀화가라는 점은 이미 밝혔기 때문에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쉬워 보이는 범인 추적이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살인자는 전편에서 네 차례 등장합니다. 첫 번째 등장에서는 엘레강스를 살해하게 된 동기를 밝혔습니다. 즉 에니시테가 술탄으로부터 받은 과제에 참여하다보니 전통세밀화의 기법에 서양의 회화기법을 받아들여 새로운 화풍으로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엘레강스가 혼란에 빠져 의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자네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엄청난 죄라는 것을 모르겠나? 그건 누구도 감히 시도해선 안되는 무신론자의 행동일세. 자네는 지옥의 화염에 불타게 될 거야. 절대로 끝나지 않을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게 되겠지. 게다가 자네는 날 공범자로 만들었어.(1편 43쪽)” 하지만 에스테르의 의논상대가 된 동료는 세밀화 기법에 변화를 주는 것을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었던 것이 비극의 씨앗이 된 것 같습니다. 살인자는 엘레강스의 시체가 발견되어 장례를 치르는 동안 누구보다도 더 울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살인자는 에니시테를 찾아서 엘레강스가 제기한 문제를 확인하려 합니다. 즉 ‘원근법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 베네치아 화가들의 화풍을 모방하는 것은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하여 에니시테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세밀화가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이 믿는 원칙에 따르고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289쪽)” 에니시테는 누가 엘레강스를 죽였느냐고 추궁하고, 살인자는 자신이 죽였다고 충동적으로 답변하면서 에니시테를 죽여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에니시테의 장례를 치루는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술탄은 화원장 오스만에게 사흘 안에 범인을 찾아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기한 내에 찾지 못하면 범인으로 지목될만한 사람을 모두 잡아들여 고문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오스만은 범인은 에니시테의 작업에 참여한 올리브, 나비 그리고 황새 가운데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단서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근거는 죽은 엘레강스의 몸에서 나온 말그림에서 발견된 전통 세밀화기법과는 다르게 그려진 콧구멍 모습입니다.

 

범인을 찾는 과정은 술탄의 보물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역대의 세밀화작품들을 모두 살펴서 페르시아 세밀화의 화풍이 변화되어온 가닥을 추적하기로 합니다. 즉 현재 화원에서 세밀화를 그리는 화공은 선대의 화풍을 이어받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계통의 화풍에서 범인의 특징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화공을 오랫동안 보아온 화원장 오스만이 자기 밑에 있는 화원들의 화풍을 모를 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보물창고에 수장된 역대 세밀화를 모두 살펴보려는 속셈은 아니었을까요? 그림을 모두 보고서 오스만은 “몇 세기 동안 수천 명의 세밀화가가 똑같은 그림을 은밀하게, 서서히 그림으로써 역시 은밀히, 서서히 변하는 세상을 반영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2편 179쪽)”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장인 비흐자드가 사용했던 바늘을 자신의 두 눈에 찔러 넣습니다. 장인으로서의 삶이 완성되었다고 본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는 없었을까요?

 

오스만은 그림을 살펴서 범인인 누구인지 윤곽을 잡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카라는 범인을 확인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에서 오스만이 스스로 눈을 찌른 이유가 무엇인지 힌트가 될 것 구절을 적고 있습니다. “에니시테 때문에 (…) 나의 세밀화가들이 나를, 그리고 우리의 모든 회화 전통을 배반했고, 술탄이 원한다는 이유로 서양화가들을 의욕적으로 모방하기 시작했네. (…) 우리 세밀화가들은 우리에게 일감을 주는 술탄이 아니라, 우리의 기예와 예술의 종이 되어야 하네. 그래야만 천국에 갈 수 있지.(225쪽)” 에니시테은 세밀화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추리소설을 리뷰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을 어떻게 확인하였는지를 귀띔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 역시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페르시아 미술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공부하는 기회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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