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즈 루어만감독이 다시 만든 2013년작 <위대한 개츠비>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제이 개츠비 역), 토비 맥과이어(닉 캐러웨이 역), 캐리 멀리건(데이지 뷰캐넌 역), 조엘 에저튼(톰 뷰캐넌 역) 등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보니 이번 영화를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우가 각각 제이 개츠비와 데이지 뷰캐넌을 연기한 잭 클레이톤 감독의 1974년작과 비교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민음사판으로 나온 F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 http://blog.joinsmsn.com/yang412/13119884>를 읽고서 개츠비가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리뷰를 적었습니다. 오히려 젊어 한때 마음 속에 각인 된 데이지라는 어찌 보면 아주 속물적인 여성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은 지독한 스토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생략되었던 디테일을 루어만감독은 적절한 장소에 집어넣음으로써 개츠비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루어만감독은 캐러웨이를 주식중개업자에서 작가로 변신시켜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방황하다가 정신요양시설에서 지내게 된 캐러웨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마음에 맺혀 있는 것들을 글로 써보라는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서 캐러웨이가 개츠비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들어서 친척 데이지와 결혼한 대학친구 톰 사이에 삼각관계를 만들고 결국은 개츠비의 비극과 함께 속물이라고 할 톰과 데이지는 멀쩡하게 살아남는 세상사에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는 과정을 서술해나가게 됩니다.

 

 

원작에 디테일이 빠져있던 부분은 톰이 데이지와 개츠비, 조던과 캐러웨이가 모두 있는 자리에서 개츠비의 과거 비리, 옥스퍼드를 졸업했다는 거짓과 금주법을 어겨가면서 돈을 벌고 부당주식거래 등을 통해서 부를 확대해온 사실을 폭로하여 개츠비에 데이지의 관계를 흔드는 장면, 이어서 데이지가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톰의 정부 머틀을 치어 죽게 하는 뺑소니사고를 낸 다음에, 캐러웨이에게 자신이 살아온 나날은 온통 데이지를 위한 삶이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사라지면 데이지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불행해질 것을 걱정하는 장면 등이 나온다는 점 등입니다. 결국은 소설에서 분명하게 서술되지 않아서 저 같이 예민하지 못한 독자는 놓치기 쉬운 부분을 콕 집어서 설명해줌으로서 개츠비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것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사고를 계기로 다시 마음이 흔들린 데이지가 톰과 함께 뉴욕을 떠나는 것으로 그녀의 속물성을 충분히 강조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개츠비가 위대했다고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데이지와 같은 속물에 콩깍지가 씌인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해야 할지 다시 헷갈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눈에 당장 보이는 재물에 천착하는 데이지는 게츠비의 위대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도 말입니다. 사고현장 부근에 서 있는 광고판에 나오는 안과의사 TJ 에클버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자동차정비공 윌슨은 아내 머틀에게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지. ‘하느님은 당신이 지금껏 한 짓을 전부 알고 계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당신은 나를 속일 수는 있어도 하느님은 절대 못 속여(225쪽)”라고 말했다고 적고 있는 것처럼 그녀도 언젠가는 하느님의 벌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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