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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이 너무 길어 읽노라면 숨이 찰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내 사랑, 당신 사랑>으로 줄여 부를까 합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른 다음에 적어두었던 글이나 사진을 다시 꺼내 들여다 보면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출판사 이벤트에 “오래 전 써 두었던 여행기록을 끄집어 내 읽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여행을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를 찾는 여행에 동반자로 삼아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라고 적어서 당첨이 된 책입니다.
<내 사랑, 당신 사랑>은 2007년 봄, 첫 번째 여행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최갑수님의 여섯 번째(?) 여행에세이가 되는 모양입니다. <당분간>에서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정거장을 거쳐 어느 이름모를 역으로 이어지는 여행느낌을 정리했던 저자는 <내 사랑, 당신 사랑>에서는 첫 번째 계절, 두 번째 계절, 그리고 세 번째 계절을 거쳐 남아있는 나날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글보다 사진에 눈길이 더 머물렀다고 하면 작가에게 미안한 노릇입니다만, 그만큼 사진에서 무언가 사연이 읽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정을 하고 여행을 떠나 써내려간 글이라기보다는 앞서 제가 적은 오래 전 써두었던 여행일기에서 낚아 올린 생각들을 정리할 것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니 에필로그에 그런 심사가 읽힙니다. “다시 들춰보았다. 마루에 걸터앉아 봄이 가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런 날이었다. (…) 다시 보아도 문장은 어색하고 사진은 유치했다. (…)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단 하루의 봄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께서 우려하는 것처럼 문장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사진은 무언가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작가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깨달은 것, “인생은 지나가며 사물은 사라지고 풍경은 퇴색한다는 사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부디, 슬퍼하지 말자. 우리가 길을 추억하듯, 길은 때로 우리를 추억할 것이니.(17쪽)” 정말 길이 우리를 추억해줄까요?
저의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 군산 철길마을을 다녀오셨군요. 그런데 군산에는 경안동이라는 동네는 없답니다. 아마도 경암동이겠지요. 그리고 2003년 여수가는 기차에서 만난 한 여자와 울진 용추곶에서 따로 만난 한 남자는 서로 아는 사이 맞아요? 아무리 세상이 좁다고 해도 이런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요?
세상 여행자가 100명이라면 100명 모두가 여행하는 이유가 제각각일 거라면서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나요?’라고 묻는 작가는 퇴근길에 그저 여관이 그리워 허름한 여관에 들어 양말을 빨고 맥주를 시켜 마시면서 여관방을 구경하다가 집에 갔다는 고백(?)을 듣고는 타고난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자에 역마살이 든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한순간이 때론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나,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은 살아오면서 어떻게 알아지게 되었습니다만, 마지막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길이 우리를 잃어버린다는 사실.(193쪽)’은 작가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니 적지 않은 여행을 해보았지만 무작정 떠난 여행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작가님은 붙임성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스스럼없이 말을 섞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오지랖이 넓어서인가요? 아니면 외로워서? “당신이 외롭다면 당신의 외로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사람은 여행자다. 여행자는 당신의 외로움을 가지고 먼 길을 걸어가 바다에 던져버리거나 깊은 숲 속에 묻어버릴테니까(138쪽)”라는 인도 순례자의 말에 대한 믿음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