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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ㅣ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인문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도 모르던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보면, 인문학이 대세라는 말이 맞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인문학공부에 왕도는 없다고들 해서, 인문학이라고 하면 닥치고 읽고는 있습니다만, 여전히 코끼리 다리 만지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입문서로 좋다고 하면 우선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역시 그런 생각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읽고 얻은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이라는 부제가 달린 것처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개론서 형식으로 인문학을 이루는 가장 기본 개념이라고 할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 글로벌이슈에 이르는 여섯 개의 핵심분야를 한권의 분량으로 압축하려는 의욕이 오히려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만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요약하고 있는 먼저 책내용을 소개드립니다. “심리학편에서는 문학과 문명을 해석하는 데 가장 많은 심리적 기초를 제공했던 프로이트부터 현대 심리학의 대세라 할 수 있는 인지심리학까지 순서적으로 다루었으며, 다양한 심리학의 관찰 실험법과 베스트셀러 심리학 책들의 내용까지 살펴보았다. 회화에서는 회화 지식의 흥미를 각인시키기 위해, 회화 운동이 본격화되는 근대의 인상파부터 다루기 시작했으며 최대한 각 유파 간의 인과관계를 추적하여 현대 회화까지 소개했다. 신화편에서는 유럽 문화가 주도적인 현대사회에서 첫 번째 교양이 되어버린 그리스신화를 다루었다. 기존 신화를 다룬 책들은 많은 내용들을 보여주느라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점을 염려해, 신화의 주요 주인공인 올림포스12신과 테세우스 등 전쟁 영웅들만을 골자로 다룸으로써 그들의 계보를 쉽게 정리할 수 있게 했다. 역사편은 서양 유럽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단순히 교과서식 서술을 피하고 역사적 인과관계가 있는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원인과 결과의 세계사로 구성해보았다.인문의 중심이며 그 해석의 기초를 제공하는 철학. 그러나 철학은 그 쟁점들을 단순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주요 쟁점들을 담아내다 보니, 많은 분량을 할애하게 되어 현대 이전의 철학과 현대의 철학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 철학 편에서는 기존의 쉬운 철학 안내서들이 중요하지만 난해했던 쟁점들을 철학자의 사변 이야기로 돌아간 것을 지양하고, 최대한 쉽게 쟁점들과 맞서려고 했다. 특히 현대 철학 부분에서는 기존의 철학서들이 유럽파와 영미파 전공자로 나뉘어 반쪽만을 소개한 데 반해, 처음으로 두 파를 모두 소개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이슈는 현대사회의 쟁점인 세계화, 자유무역, 환경, 종교 및 지역 분쟁들을 소개해 현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6-7쪽)”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여섯 개의 주제가 책 한권의 분량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많을 것 같은데, 몇 쪽으로 요약하기 위하여 작가적 역량을 총동원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한편, 저자가 사용한 원전을 밝히지 않고 있어 보다 깊이 파고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독자로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철학부문에서는 그리스철학으로부터 현대철학까지 철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잘 요약하고 있고 특히 복잡하게 나뉘고 있는 현대철학의 계보를 가늠할 수 있었던 점은 참고할만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쉽다 싶은 대목은 이 책에서 굳이 다루어야 했을까 싶은 글로벌이슈를 논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지켜야 할 중립적 시각이 특정한 철학으로 기울어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개론서가 개론서로서 역할을 하려면 관련 분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두루 인용하여 소개하되 저자의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