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대학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 같습니다만, 동아리에서 책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끔 가졌던 것 같습니다. 봉사동아리라서 특별하게 논의할 사항이 없으면 모임을 끌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같이 읽었던 책 가운데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있습니다. 해변가에서 먹이나 찾는 보통의 갈매기와는 달리 혼자서 비행술을 연마하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라는 이름의 괴짜(갈매기 세계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죠) 갈매기가 결국은 승화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짧으면서도 강렬한 경구는 특히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모인 젊은 의학도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하계진료봉사활동을 마치고서 영화관에 같이 가서 본 동명의 영화는 난생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잠에 빠져드는 바람에 입장료를 손해본 영화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괴짜도 내림인가 봅니다. 바로 그 리차드 바크의 아들 제임스 마커스 바크가 제안하는 독특한 자기관리비법을 담은 <공부와 열정>을 읽게 되었습니다. 열여섯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는 정규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젊은이가 스무살에는 애플에서 최연소 팀장으로 발탁된 이유를 설명한 책입니다. 맨사클럽 회원자격을 얻을 정도의 지적능력을 갖춘 저자는 막상 학교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체계에 자신을 맞출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학교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내게는 학교가 필요치 않다’는 제목의 첫 번째 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가 특수학교에 초대되어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배움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게는 학교가 필요 없었다. 너희들에게도 필요 없을 것이다. 학교가 배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 학교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학교생활이 좋다면 학교에 남아라. (…) 나는 공부한다. 그렇지만 학교에 다니지는 않는다. 학교는 잠깐 다니고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배움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면 확 끌리는 분야를 찾아서 미친 듯이 파고들어라.(12쪽)” 저자를 초청한 교사는 바크가 아이들에게 위험한 메시지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후회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꼭 같지 않은 것이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어떤 사람의 삶이 모든 사람들이 따라할만하다고 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자와 같은 특별한 사람이 성공에 이르는 길도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성공에 이르는 길은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 오랫동안 교육학분야의 연구를 통하여 정착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는 마치지 못했지만, 저자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1)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열정을 바쳤다. 2) 내 기질과 리듬에 맞는 공부 방법을 개발했다. 3) 활자로 된 증명서보다 실력과 괜찮은 발상을 높이 사는 분야에서 일했다. 4) 내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도록 자신감을 키워 준 스승과 동료들을 만났다.(28쪽)”는 점이 성공요인이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위하여 개발한 열한 가지의 독학비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이가 저자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 그의 독학비결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의 책읽는 방법은 나름대로 참고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빨리 읽는 게 느리게 읽는 것보다 나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전제 아래 자신이 도전한 속독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천천히 읽는 완독의 매력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탐색하며 읽기와 사색하며 읽는 두 가지 독서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색하며 읽을 때는 분당 300단어까지의 다양한 속도로 읽지만 탐색하면서 읽을 때는 사진이나 제목을 찾는 속도로 1초에 2쪽 정도까지도 넘긴다는 것입니다.(178쪽)

 

저자는 자신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17세기 카리브해를 무대로 하여 스페인선박들을 약탈하던 버커니어를 닮았다고 했습니다. 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던 프랑스, 영국 등에서 온 사냥꾼과 농부들이 고기를 저장하는 방식을 뜻하는 ‘부카닝(boucanning)’에서 유래한 버커니어는 형식에 매이지 않는 점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원전이 기억나지 않는 “우리의 운명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혹시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파리떼>에 나오는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의 삶의 방식이나 버커니어의 특징을 뜯어보면 저도 버커니어학자 그룹에 속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정규교과과정을 제대로 마친 탓에 저자와 같은 성공을 일구지 못했나 싶습니다만, 그래도 현재의 방식이 제게 맞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틀에 자신을 맞추는 게 힘든 경우에는 새로운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정규교과과정이나 이를 포기하더라도 열성을 다하여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기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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