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우아하게 늙어가기’와 ‘품위있게 죽기’에 관한 책을 즐겨 읽습니다만, ‘어모털리티’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의학을 전공하다보니 저는 ‘모털리티(mortality)’하면 먼저 사망률이 떠오릅니다만, 일반적으로 ‘죽을 운명’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타임지가 커버스토리로 다룬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10가지 아이디어’의 하나로 꼽은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단어로 새로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바꿀만한 단어가 없었던지 원제목을 그대로 따왔습니다만, 이 책 <어모털리티>를 쓴 타임지의 유럽 총괄편집장 캐서린 메이어가 새로 만들었다는 어모털리티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파생된 어모털족(amortals)은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이른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많이 변한 탓도 있겠습니다만, 예전 같으면 이런 사람들을 보면 ‘곱게 늙을 일이지, 주책바가지로구먼, 쯧쯧.’하는 뒷담화 깨나 들을 일입니다.

 

그리고 보니 책장을 열자마자 볼 수 있는 ‘당신은 어모털족입니까?’라는 제목의 테스트에 정색을 하고 답을 달아보면 저도 어모털족에 가깝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어모털족이 늘고 있는 이유는 유전적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바로 의학의 발전으로 나이를 잊게 해주는 다양한 기술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불로초를 찾았던 진시황이 알면 당장 타임머신이라도 타려 들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노화와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관계되는 점들을 여덟 항목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당연히 첫 번째는 나이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나이의 의미를 따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의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앨렌 랭어교수의 실험결과를 인용하고 있는데, 랭어교수의 실험은 <마음의 시계; http://blog.joinsmsn.com/yang412/12248281>에서 상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자는 나이를 잊는 것이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2장 ‘가족의 재구성’에서 다루고 있는 가정에 대한 어모털족의 인식입니다. 최근 들어 출산률이 감소되고 있는 글로벌한 현상은 선진국의 경우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개인중심의 사회현상으로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육아에 드는 비용이 버겁다는 이유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출산율의 저하에 대한 저자의 생태학적 설명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통 몸집이 큰 동물을 작은 동물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는데 시베리아 삼림지역에 서식하는 ‘해그리드’라는 별명의 박쥐는 예외하고 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해그리드박쥐가 오래 사는 동물의 특징인 낮은 번식력을 나타내더라는 것입니다. 즉 종족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명이 짧은 동물은 높은 번식력을 가진다는 설명인데, 인간의 현대들이 인간의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출산률의 저하와 관련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죽어가고 있다는 공포심을 피하기 위하여 출산을 늘린다는 주장도 인용하면서 어모털족의 출산율이 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늙어가고 있다는 공포심을 잊기 위하여 아이를 많이 갖게 되는 경향이 어모털족의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발 역시 어모털족의 확산에 기여한 바 크다는 것인데, 수명이 길어진 만큼 섹스기간도 늘어나기 마련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죽음 혹은 노화에 대한 공포심의 저하는 종교의 영향력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점입니다.

 

대체적으로 책읽는 중반까지는 노화를 잊은 사람들의 특징을 다양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중반이 넘어가면서 치유, 일과 직업, 소비 그리고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된 이야기들은 저자가 어모털족이라 할 만한 사람들로부터 얻은 인터뷰자료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방만하고 집중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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