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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난아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지난 해,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35937>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오르한 파묵 전작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두달에 걸쳐 <순수박물관>, <제브데트씨와 아들들>, <고요한 집>, <하얀성>, 그리고 <검은책>에 이르기까지 반환점을 돌면서 전작읽기는 중단된 상황입니다.
소설을 읽으실 때 소설 뒤에 붙어있는 작품해설을 먼저 읽으십니까? 아니면 작품을 다 읽은 다음에 읽으십니까? 제 경우는 일단 작품을 다 읽은 다음에 작품해설을 읽습니다. 미리 읽으면 작품해설을 통하여 파악하게 된 시각으로 작품을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미처 착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작품해설을 읽으면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전담해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계시는 이난아교수님이 파묵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책 <오르한 파묵>을 내셨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파묵의 작품이 난해하다는 독자들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파묵의 작품을 좋아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고, 가능한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했다.(10쪽)”는 것이 이난아교수님의 집필동기이며 집필방향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파묵의 작품들 가운데 하버드대학의 강연록을 묶은 <소설과 소설가>를 제외하고 첫작품 <제브데트씨와 아들들>로부터 작품이 나온 순서대로, <고요한 집>, <하얀성>, <검은책>, <새로운 인생>, <내이름은 빨강>, <눈>,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을 거쳐 마지막으로 <순수박물관<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작에 대하여 번역과정에서 이루어진 파묵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파악한 집필의도까지 소개하여 그의 독자들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품소개에 앞서 <오르한 파묵의 삶과 문학>이라는 소설을 이해하는데 기본이 될 작가의 삶과 생각을 두루 정리하고 있는 것도 파묵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파묵과의 개인적 소통을 통하여 얻은 그 무엇까지도 담고 있어 파묵의 진면목을 읽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내이름은 빨강>을 비롯하여 파묵의 후반기 작품들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서 반환점을 돈 파묵 전작읽기를 어서 마무리해야 하겠습니다.
이난아 교수님의 친절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남습니다. 예를 들면 <순수박물관>을 읽고서 적은 리뷰의 한 대목을 가져와 보겠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932677) “사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약혼을 앞둔 남성이 갑자기 등장한 먼 친척 여인을 적극적으로 유혹하여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 현실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터키사회가 혼전관계에 대하여 보수적이고 서구문화를 접한 여성이 혼전순결을 지킨다는 터부를 깨는 용감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적지 않은 여성들이 혼전 관계 혹은 혼외정사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다소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케말과 퓌순은 진정한 사랑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충동으로 맺은 인연이 떠나고 보니 천생연분이었던 것을 깨닫고 그 사랑의 흔적을 모아서 그리워하겠다는 케말의 엉뚱함을 ‘순수’라고 포장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파묵의 작품들에 공통된 모티프는 동서양 문명의 갈등, 충돌 및 대비를 통해 터키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묵과 이난아교수님의 인연처럼 터키와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지정학적 유사성,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경계로서의 터키와 대륙문명이 해양문명과 충돌하는 반도에 위치하는 우리나라가 서로 닮을 수밖에 없는 요소가 분명 있다는 점과, 6.25남침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여한 혈맹으로써의 과거사가 2002년 월드컵 4강에서 겨루게 된 것이 우리국민들에게 터키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난아교수님의 제목에 담은 것처럼 우리들의 관심의 변방에서 어느 사이에 관심의 중심으로 이동해 있는 오르한 파묵의 작품세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