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6 (보급판) - 왕의 귀환 2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이미애 외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흩어진 반지원정대의 대부분의 대원들은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연합군에 가담하여 사우론과의 최후의 일전에 나서는 동안, 샘과 프로도만이 골룸의 안내를 받아 사우론의 본거지 깊숙한 곳에 있는 운명의 오로드루인산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절대반지가 만들어진 사우론 영토의 심장부에 있는 삼마스 나우르에 있는 화산추 속의 용암 속으로 던져 넣어야 절대반지의 위력이 소멸된다는 것입니다.

 

절대반지가 자신의 소유라고 굳게 믿고 호시탐탐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골룸의 안내를 받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작가는 절대반지의 마력을 깨는 장치로서 골룸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절대반지를 운명의 산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왜 호빗족에게 맡겼는지도 말입니다. 책임감이 투철하고 역경에 처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힘을 끌어올리는 호빗족의 능력은 어쩌면 작가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갖추기를 바라는 덕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프로도를 수행하는 샘을 보면, 그 충성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떠날 때 결심했던 건 무엇보다 주인님을 끝까지 돕는다는 거였어. 그러니 주인님과 함께 죽는 것도 내 소임이지. 그래 난 반드시 내 소임을 다할 거야. (…) 그러나 샘의 마음속에서 희망이 사라지자, 아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자, 그게 오히려 새로운 힘으로 나타났다. 샘의 평범한 호빗 얼굴은 안으로 다져진 의지로 인해 엄숙하고도 단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86쪽)”

 

프로도 역시 잠깐씩 절대반지에 대한 소유욕을 샘에게 드러내지만, 이내 자신이 맡은 사명을 샘에게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곤 합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순간, 즉 삼마스 나우르의 용암 앞에 서서는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난 이일을 할 수 없어. 아니, 하지 않겠어. 이 반지는 내 것이야!(110쪽)”라고 외치면서 절대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어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소멸될 위기를 맞은 절대반지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프로도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이겠지요.

 

바로 이 순간 골룸이 프로도에게 달려들어 반지를 끼고 있는 손가락을 물어 잘라내는 순간 발을 헛디디고 끓는 용암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골룸도 할 일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던 간달프의 예언이 적중하는 순간입니다. “그가 없었다면 난 그 반지를 파괴하지 못했을거야. 그 쓰라린 순간까지 와서 우리의 원정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어.(114쪽)”라고 프로도 역시 자책을 하면서 골룸을 용서하게 됩니다. 사실 프로도가 절대반지의 소유를 주장하면서 손가락에 끼는 순간 바랏두르의 거대한 힘이 요동을 치고 사우론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절대반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된 순간입니다. 오로드루인산은 대폭발을 일으키며 모르도르의 파괴가 시작되고 사우론을 비롯한 반지의 악령들은 모두 소멸되는 운명을 맞는 것입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사족에 불과할 것 같습니다. 절대반지의 소멸과 함께 전쟁을 주도하던 세력이 몰락하면서 그 군대를 지리멸렬 흩어지고 말아 전세가 단숨에 기울고 말았습니다. 승리한 연합군이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아라고른이 왕위에 오르는 대관식이 진행되고, 반지원정대에 참여했던 호빗들은 떠나왔던 고향 샤이어로 돌아가는데, 샤이어는 3편에서 마크의 영주와 겨루어 패했던 사루만이 프로도 등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미리 쳐들어와 쑥대밭을 만들어놓은 상황입니다. 프로도와 샘, 그리고 메리와 피핀 등은 침략자들에게 장악되어 눌려지내던 호빗족들을 독려하여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평화를 되찾는다는 마무리였으니 정말 사족 같아 보입니다.

 

샤이어가 평화를 되찾은 다음 프로도는 빌보와 함께 또 다른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샘과 메리, 피핀은 이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섭섭해 합니다. 이별을 슬퍼하는 세 사람에게 간달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 편하게 돌아가게나! 울지 말라고 하지는 않겠어. 눈물이라고 해서 전부 다 불행의 눈물은 아니니까”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눈물도 많으니 말입니다. 불행의 눈물과 환희의 눈물을 그 조성이 다르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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